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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수용의 개인 블로그

구글 아저씨, 스토리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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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I/O 가 얼마전에 끝났다. 다들 이번만큼 흥미로운 발표는 없었다고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공감을 가질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애플과 비교될 수 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뼈속까지 애플빠이기도 하지만, 애플이 매번 나를 흥분시키는 그 뻔한 수작, 그 뻔함이 구글의 것에서는 없었다.

그게 무엇이냐면,

애플의 제품 발표는 늘 똑같은 포맷을 가진다. 특히 애플 제품 발표때마다 5분짜리 짤막한 비디오가 나오는데, 나는 이 비디오를 매우 좋아한다. 아니 볼 때마다 마치 파블로브의 개처럼 묘한 감동에 빠진다. 이 비디오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 조나단 아이브 : 우리는 기존 제품에서 한계를 발견했다. 이것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니, 근본적으로 새롭게 처음부터 시작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 밥 맨스필드 (이젠 떠났지만) : 완전히 새로운 하드웨어가 필요했다. 이전과는 다른 근본적인 새로움 ( 유니바디 시리즈, 레티나 시리즈 등) 을 시도하였다. 또한 업계를 앞서는 시도 (플래시 메모리, 매립형 배터리 등) 로 혁신 하였다.
  • 조나단 아이브 : 과거로 부터의 단절 ( 커버 글래스의 제거를 통한 선명함을 높이고, 더욱 실감나는 영상 ) 새로운 시도 ( 비대칭 팬을 통한 저소음 )  이런것은 애플만이 가능한 것 아이디어다.
  • 필 쉴러 : 제품 사양이 얼마나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지. 제품의 구성이 얼마나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들인지.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시장에 적기에 내놓은 것임을 강조한다.
  • 스캇 포스톨(iOS) 혹은 크렉 페데리기 (OS X) :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로 완성된다. 이러한 새로운 하드웨어의 신기능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 소프트웨어 세트를 완전히 새로 구성했다. 모든 애플 소프트웨어가 이러한 새로운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재작성 되었다.
  • 조나단 아이브 : 혁신이란 ….

이런 식이다. 어떠한 제품을 발표하더라도, 거의 동일한 패턴이다. 등장 인물은 바뀌더라도 이 포맷은 계속 유지해 왔다. 스티브 잡스 생전부터, 본인은 등장하지 않고 이 비디오를 연출해 온 듯 하다. 이것은 마치 헐리우드 히어로 무비 영화 패턴과 똑같다. 각 배역에게 캐릭터를 주고, 그 캐릭터에 맞는 초능력을 선사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 스토리는 늘 뻔하다. 어떠한 악당이 나와도 이 캐력터가 초능력을 발휘해서 적을 물리친다는 것이다. 우리는 늘 반복되는 이 패턴에 즐거워하고 재미있어 한다.

애플 제품 발표도 마찬가지다. 문제 상황이 주어지고, 이것을 혁신하라는 지령이 떨어진다. 각 능력자들은 자신의 능력을 동원하여 이 문제를 풀어냈다. 각자의 방식으로. 그들의 협공은 늘 언제나 성공적이다. 마치 픽사의 인크레더블 가족을 보는 것 같다. 늘 감동적일 수 밖에 없다.

이번 구글 발표에서는 구글 글래스를 끼고 공중에서 뛰어 내렸다. 그 장면을 실시간 중계하는가 하면, 스카이다이버가 발표회 장으로 뛰어 들어왔다. 사람들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고, IT 제품 발표회 장인지, 유니버셜 스튜디오인지, 미래로 초대된 것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 였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보고 있으면서 – 유튜브로 현장감 없이 봐서 인지 몰라도 – 저거 어디다 쓰는 물건일까?, 나는 과연 필요할까? 아니 공짜로 줘도 쓰고 다닐까? 쓰고 다닌다면 무엇을 위해서? 의문에 의문만 계속 들었다. 현란한 쇼는 잠시 이지만, 이런 의문에 대한 공감대를 주지는 않았다.

마치 재미없는 헐리우드 영화의 판박이 처럼, 엄청난 화력과 엄청난 규모의 전투씬. 화려한 CG. 하지만, 도대채 저들은 왜 싸우는지 공감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 구글은 역시 대단한 회사야. 첨단 기술을 이끄는 것은 구글이었어. 이런 말 밖에는 해줄게 없었다. 나와 구글 사이에는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이, 그냥 구글만의 쇼라는 느낌만 들었다.

왜 글래스를 하게 되었고, 구글이 글래스에 대해서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고, 이것을 통해서 얼마나 유용하고 가치있는 것을 발견했는지 그런 공감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보이지 않았다. 단지 내 아이의 두손을 잡아주면서 비디오를 찍고 싶었다는 것 말고는 말이다.

물론 나는 구글이 하는 글래스 프로젝트를 매우 높게 평가한다. 아직은 그 유용함을 설득해 주지는 못했지만, 오랜기간 동안 컴퓨터과학 연구실에서 잠자고 있는 웨어러블컴퓨팅을 소비자제품으로 이끌어내는 역사적인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으로 만들어서 보급하고, 사람들이 쓰다보면 그 가치를 언젠가는 발견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구글은 정말 힘든 일을 해내고 있는 것은 정말 장한 일이다. 무인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다. 장하고 대단하지만, 스토리가 없고, 재미가 없다.

 

6 Comments

  1. 잘 읽었습니다! 공감합니다. 🙂

  2. 공감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3. 구글 글래스를 그때의 단편적인 시각만 보시는거 같은데요.

    구글은 그냥 제품을 판매하는게 아니라 미래를 제시하는거죠.

    구글 글래스를 의료분야에 이용할 수도 있는거고 손에 폰을 안들고 있는것 만으로도 효율적인 부분이 생기죠.

    구글 글래스는 지금 당장 시제품을 팔아 돈을 번다는게 아닙니다.

    그리고 분명 시제품이 아니니 구입할 때 주의하라고 했고 프리오더도 IO에 참가한 개발자만 가능하구요.

    진지하게 설명하는 컨퍼런스에 재미만 찾으면 되나요ㅋ

  4. 나름 야침차게 쇼를 준비했는데 재미가 없으니 일단 감독한 한대 맞아야 할 것 같고
    값비싼 배우를 쓴 GoPro 광고로 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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