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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수용의 개인 블로그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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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오래전, 오랫동안 잘 알던 분이랑 밤새 논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꽤 격하게 논쟁을 하여, 감정까지 상해버린 일이었습니다. 내용은 단순하게도 회사의 주인이 누구냐는 이야기 였습니다. 나는 아주 드라이하게 “회사는 원론적으로 주주가 주인입니다. 사원이 주인이 아니죠. 주인이 위험을 감수하여 투자하고 그 책임을 집니다. 사원이 주인이라는 건, 행여 공무원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것과 같은 생각입니다.” 나는 나도 공돌이이지만, 상식을 조금 가진 공돌이가, 상식이 없는 공돌이에게 훈계하듯이 종일 떠들어 댔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입장이 달랐습니다. 오히려 나에게 실망을 했다고 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인줄 몰랐다면서… 나는 그럴수록 그 사람이 잘 알 수 있도록 설명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럴수록 이야기는 점점 더 깊은 암흑속으로 들어 갔습니다.

그때는 몰랐었습니다. 그분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못했었습니다. 당시는, 그분도 나도 사회초년생이었습니다. 개발을 좋아했고 열정에 가득 찼었고, 취업을 했습니다. 그분은 그분의 열정을 제품 개발에 쏟아 부었는데, 그분이 받은 대접은 열심히 개발은 하되, 의견 따위는 내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즉, 다시 말하면, 시키는 것만 하지 왜 말이 많냐는 것이었죠. 그 때 그분이 가진 감정은 마치 씨받이 같은 것이겠죠. 내가 배아파 낳았지만, 내가 키울 수 없는 내 자식 같은 것이겠죠. 그분은 그런 혼란을 겪고 있었던 중이었을 겁니다.

마치 열정이 말라 타 들어가는 것을 온몸으로 아파하며 신음하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 이후로 비슷한 이유로 열정이 꺼져가는 경우를 적지 않게 봐 왔습니다. 때론 내가 열정을 꺼트리는 원흉으로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나는 그때마다 매우 안타깝게 지켜봤습니다. 옆에서 조언도 하고, 응원도 하고, 비아냥대기도 하고, 참견도 했습니다. 하지만 별 소득이 없었습니다.

열정이 없는 사람들은 열정이 생기지 않는 수만가지 이유를 이야기 합니다. 열정이 생겼다가 식어버린 사람도 열정이 사라지게 된 수 없이 많은 이유를 말해 줍니다. 하지만, 열정에 가득찬 사람들을 보면, 시련이란 한낯 술자리 이야기꺼리 밖에 안되는 것 같습니다. 마치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그렇듯, 장애가 크면 클 수록, 사랑의 깊이가 더 깊어지듯, 열정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장애물에 쉽게 마음이 접어지면 그거 진짜 사랑이 아니듯이, 열정도 그런것 같습니다.

나는 열정을 가진 것이 천부적 재능을 가진 것보다 더 축복받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정을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 한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쉽습니다. 적어도 내 기준으로는 말이죠. 열정을 가진 사람은 심심하지 않습니다. “뭐 재미있는 일 없니?” 라고 묻는 사람은 열정이 없는 사람입니다. 무언가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이 심심해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늘 바쁘고, 평생을 다해도 모자랄 할 일 들이 쌓여 있습니다. 후회가 없습니다. 마치 사랑의 열병을 앓은 것처럼 엄청난 감정의 수고로움은 있을 지라도 후회따위는 있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열정이란 한 인생에 주어질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이라 생각 됩니다. 오랜기간 꺼지지 않는 열정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죠.

요즘 드는 또 다른 생각이 열정이란 만들어 내는 것도, 지켜내는 것도 아닌 주어지는 것 같습니다. 마치 천부적 재능이, 말 그대로 주어진 것이듯 ,열정도 주어지는 것인 것 같습니다. 뭔가 매우 비관적이고 운명론적 사고관이지만, 요즘 드는 생각이 그렇습니다. 열정을 가져 보아라, 열정이 꺼지지 않도록 잘 지켜라는 조언은 천부적 재능을 받아 보아라, 왜 예쁘게 태어나지 않았니 라고 하는 것과 같은 부질없는 이야기 인 것 같습니다.

나의 하루가 심심하지 않을 만큼 내게 열정이 있다면, 그것으로 정말 감사한 일이고, 열정으로 활활 불타는 사람을 만난다면 절세 미인과 함께하는 것만큼 즐겁고 영광스러운 일인것 같습니다. 열정이란 화장실에서 힘주면 나오는 그런 것이 아닌것 같습니다. 미인의 얼굴에서 자연발광하는 광채와 같은 것 같습니다.

요즘 드는 생각이 그렇습니다.

4 Comments

  1. 정말 좋은 글입니다. 열정에는 이유가 없죠.
    퇴근 길에 오랜만에 스스로에게 뿌듯함을 느끼게 하네요.

  2. 정말 좋은 글 감사합니다. 열정이라는 것에 대해서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3. 지금 나는 어떤 열정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하고 이 글 읽으며 스스로를 위로 격려해
    보았습니다.
    열정어린 행복한 인생들 모두에게
    하나님의 축복을…^^

  4.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열정은…. 만들 수 없을지는 모르지만,

    열정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은 만들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는 한사람 입니다.

    열정적인 사람이 1분 1초를 항상 열정적으로 살지는 않을것입니다.

    분명 그들도 가끔 멍하니 멈춰 있는 순간도 있겠죠…

    그들이 항상 열정적인것은 그런 순간과 환경을 늘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요,

    가끔 자기 자신을 힘든 정글 속에 밀어 넣듯이, 꼭 편안하고 안락한 곳이 아니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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