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공에서 3박 4일

2017년 설날에 어딘가 가려고 했었다. 원래는 중국 “선전”을 가고 싶었다. 하지만, 알아보니, 우리의 설날은 중국의 춘절이라 긴 연휴에 들어가기 때문에, 가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차선으로 선택한 것이 베트남 호치민, 일명 “사이공”이었다. (한가지 팁이 있다. 호치민에 대해서 검색할 때에는 특히 영어로 검색할 때에는 호치민 보다는 사이공으로 찾아야 더 많이 검색할 수 있다.)

첫째날

일단 공항에 도착해서 곧바로 첫 식당으로 이동했다.


송아지 고기를 숯불에 구워 먹는 곳인데, 숯불갈비라는 매우 한국적인 느낌이있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느낀 것이었지만, 이곳에서는 숯불을 매우 많이 쓴다는 것이다. 거리의 노점상에서도 이 숯불을 피워놓고 무언가를 구워서 파는 곳이 매우 많다.

나름 잘 먹고,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는 Airbnb 로 예약한 곳인데, 1박에 10만원 정도인데, 이정도면 이곳에서는 초럭셔리였다. 시내 중심부에서 택시로 안막히면 10분정도(막히면 3-40분도 걸림) 이동해야 하는 거리이고, 택시 혹은 우버로 2-3천원 정도의 교통비가 든다.

숙소에서 내려다 보이는 동네 모습

숙소에서 짐을 풀고, 제일 유명하다는 벤탐시장으로 가보기로 하였다. 그리고 시장에 도착하고서야 알았다. 이곳 베트남도 우리와 같은 음력설을 지낸다. 공항에서 택시를 탔을 때, 택시기사가 “Happy New Year” 라고 인사했을 때, 나는 내가 한국사람인 걸 알아보고, 한국 관광객이 설날을 맞아 여행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그런 인사를 한 줄로만 알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부분의 식당이나 관광지가 문을 닫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시장이 문을 닫아서 어쩔 수 없이 통일궁 쪽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이곳도 들어갈 수 없긴 마찬가지였다. 다시 방향을 틀어서, 노트르담 성당쪽으로 갔다. 벤탐 시장에서 통일궁을 거쳐 노트르담 성당까지 걸어서 이동하는데에는 크게 힘들지않다. 2-30분 이내에 둘러볼 수 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조성된 곳이라고 한다. 이곳 주변에는 유럽풍의 건물이 많다. 사이공에서 최고의 볼거리인데, 이걸 보고 나니 더이상 할게 없어져 버렸다.

노트르담 성당 옆에 있는 건물이 중앙 우체국. 정말 우체국 업무를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환전을 했는데, 여기서 환전을 안했으면, 여행 내내 한번도 못할 뻔했다.

여기까지 구경하고, 조금 쉴 겸 성당 바로 옆에 있는 프랑스식 카페에 들어가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가격은 저렴하지 않았지만, 분위기, 맛 모두 만족스러웠다.

햇빛이 좋아서 인증샷에 도전
베트남에서 된장질 중…
앉아서 성당앞 관광객 구경하는 것이야 말로 진짜 관광

조금 쉬었다가, 다시 벤탐시장쪽으로 걸어내려 가보니, 또 다른 주요 명소인 오페라 하우스가 나왔다. 사실 오페라 하우스 자체는 크게 대단하지 않았다. 대신 주변 호텔과 카페, 식당들이 20세기 초반의 유럽풍을 간직하고 있었다. 나름 분위기가 매우 고급스럽고 좋았다.

오페라 하우스 앞에 앉아서 쉬고 있는 관광객들
오페라 하우스에 대한 역사는 관심이 없지만…

저녁시간이 되어, 메콩강 유람선 투어를 위해 이동하였다. 배에 입장하기 위해서 대략 입장료가 1만5천원 정도 들었다.

배는 3층 구조이고, 전체가 식당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6시가 안되었는데, 배는 8시에 출발한다고 하였다. 8시 전까지 식사를 하고, 8시부터 45분동안 강을 한바퀴 돌고 하선하는 시스템이었다. 식사는 킹크랩, 대왕새우등등 비싼 메뉴를 맘껏 먹었는데, 1인분에 5만원정도 나왔다. 물론 맛이 매우 뛰어난 곳은 아니었지만, 분위기와 기분을 생각하면 추천.

킹크랩. 괜찮음.
메콩강을 따라 한바퀴 돌면서, 사이공 도심의 야경을 구경할 수 있다.

둘째날

우리가 묵은 숙소는 COPAC 스퀘어란 빌딩인데, 시내 중심부에서는 조금 떨어진 동네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근처에서는 이런 높은 건물이 이것뿐이다.

정문에서 바라본 COPAQ 타워
30층? 가까이 하는 빌딩이다. 꽤 부유한 사람들이 거주할 것으로 추정된다.
숙소 주변에는 작은 시장이 있다.
베트남에서는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말고는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아침겸 점심으로 쌀국수를 먹으러 갔다. 연휴기간이라 대부분 식당이 문을 닫아서 여러곳을 실패한 다음 결국 하나 찾아 냈다. 가격은 쌀국수 한그릇에 1500원 정도하고, 여러가지 옵션도 추가하고 사치를 부리면 3000원까지도 한다. 베트남 현지 쌀국수를 먹으면서 처음 느끼게 된 건데, 고수풀잎을 잔뜩 뜯어서 쌀국수에 풀어 넣어 그 향에 중독되어 쌀국수를 먹을 때, 맛이 일품이라는 것이다. 정말 한국에서는 이 맛을 흉내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고기카레 같은 것과 바게트 빵을 먹는 것도 있는데, 나름 맛도 좋고 신선했다.

그래도 꽤 유명한 쌀국수집. 여행자 거리 바로 근처에 있다.


데탐 거리라고 하는 여행자 거리에서 다음날 메콩강 투어를 위한 예약을 하고, 저녁을 먹을 때까지 시간 떼우기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저녁식사로 간 곳은 “나향은온” 식당. 식당이 매우 깨끗하고, 고급스럽고, 넓고, 크다. 누가가도 만족스럽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한국 TV에도 소개된 적이 있다고 한다. 이것 저것 많이시켜서 먹었는데, 대부분의 음식이 매무 맛있게 잘 나온다. 한국에 이 식당이 있으면 적어도 한달에 두어번은 가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꽤 푸짐하게 시켜 먹었는데, 가격은 1인당 2-3만원 정도 나온다. 매우 비싼 편에 속하지만, 가격이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튀긴 월남 전병. 달짝한 소스에 찍어먹으면 꿀맛이다.
일본식 야끼만두. 여기는 베트남 음식 뿐 아니라 대부분의 아시아 음식 모두 취급한다. (한국 음식 포함)
똠냥꿈. 태국에서 먹은 것보다 더 맛있는 느낌.


식사를 하고, 호치민에서 가장 고층 건물인 비텍스코 타워로 이동했다.. 설날 연휴인데도 거리는 정말 복잡하다. 특히 퇴근 시간이면 집으로 돌아가는 오토바이 행렬로 정말 장관을 이룬다.

이 복잡함이 호치민에 대한 대표적인 인상이다.
멀리서 보면, 건물 이마쯤에 헬기 창륙장이 있는데, 아이언맨에나 나올 법한 느낌으로 나름 미래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전망대는 열지 않고, 술집 바만 오픈해서 이곳에서 전망을 구경했다. 시청 건물도 보이고, 광장도 보인다. 광장은 차도인데, 설날을 맞아서 특별히 교통을 통제하고 특별행사를 하나 본데, 사람이 엄청 많이 모여 있다.

멀리서 보이는 시청. 예전에는 월맹의 대통령궁이었다고 한다.
사람들로 가득찬, 광장


광장으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정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밀집된 것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정말 말 그대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가기도 쉽지 않은데, 딱히 무언가 볼거리가 있거나, 행사가 있는 것은 아닌데, 그냥 사람들이 설날 기분으로 광장으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거리에 걸어다니는 사람들
광장 중간에는 꽃으로 장식을 잘 해놓았다.
설날 기분
옆으로 눈을 돌려도 역시나 사람이 많다.
설날을 즐기는 사람들
시청앞에서 인증샷
시청앞에 있는 호치민 동상.

다시 데탐 거리로 돌아와서, 저녁 시간 데탐 거리의 광란을 즐기기로 했다. 찻길까지 자리을 깔고 앉아서 술마시는 사람들로 가득 하다. 이곳은 아무래도 여행자 거리이다 보니, 외국인이 대부분이다. 정말 저렴한 가격으로 밤늦게까지 술을 즐길수 있는 이곳은 정말 여행자의 천국이라 불리울 만 하다.

찻길까지 나와 있는 자리들
밤늦게까지 사람들로 북적인다.

세번째 날

이 날은 메콩강 투어를 하는 날이다. 전날 미리 예약을 해 두었다. 한 사람당 3만원. 왕복 차량 및 점심 식사값이 포함된 금액이다. 매우 저렴하다. 출발은 아침 8시. 데탐거리에서 모여서 승합차에 11명 타고 출발. 차로 2시간 정도 간다. 중간에 사찰 한곳을 들렀다.

지붕이 화려한 스타일의 불당
설날 맞이 기도하러 온 주민
성스러운 기운이 맴도는 예배당
불상이 총 3개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누워있는 불상
앉아서 웃고 있는 불상

메콩강에 도착해서는 보트배를 타고, 이날 총 3개의 섬을 이동하면서 다녔다.

안내원. 영어를 매우 잘하고 설명도 매우 잘해서 만족스러웠다.

처음 도착한 섬에서 첫 관광은 벌꿀 체험? 이었다. 처음에는 30불의 저렴한 가격으로 데리고 와서 이런 벌꿀 강매만 돌리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었는데, 납득할 만한 수준이었다. 꿀차와 쿠키를 제공 받고, 혹시 벌꿀을 구매하고 싶은 사람은 한통에 2만원 정도에 구매가 가능했다. (한국에 비해서 저렴하지 않은 가격)

꿀차는 매우 평범했지만, 바나나칩은 맛이 좋았다.

자리를 이동해서, 원주민 집도 보고, 과일을 먹으면서 원주민 할아버지의 노래도 감상했다. 일종의 민요인데, 이런 체험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아마 이런 단체관광을 하지 않았으면 체험해 보지 못한 코스이다.

드래곤 과일과 이름을 까먹은 과일. 당도가 높지 않다.
전통 주택에는 집 현관에 응접실이 있는 구조이다. 조상을 기리는 향초도 정면에 있다.
보트배를 타고, 점심 먹으러
월남쌈과 함께 제공된 튀긴 생선

이 투어는 30불에 점심 식사가 포함되어 있는데, 점심 식사는 나쁘지 않게 제공되었다. 특히 메콩강에서 잡은 생선과 함께 월남쌈이 제공 되었는데, 맛이 나쁘지 않았다.

이 여행의 하이라이트

마지막으로 이 마을 주민이 직접 노를 저어서 배를 태워준다. 배가 흔들 거려서 강에 빠질까봐 (카메라 장비 걱정) 엄청 두려웠다. 10분 정도 이동하였고, 긴장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체험을 했다.
마치고, 다시 승합차를 타고 2시간 걸려서 데탐거리로 돌아왔다.

네번째 날

일어나서, 둘째날 갔던 쌀국수 집에 다시 가서 마지막으로 쌀국수를 한번 더 먹고 12시쯤에 공항으로 가서, 비행기를 타고 돌아왔다. 오후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면, (시차가 반영되어) 저녁 8시 넘어서 도착하게 되고, 집에 오면 밤이다. 마지막 날은 없는 셈이다.
사이공은 몇일 둘러본 것으로 거의 볼 만큼 다 봤다고 해도 될 정도이다. 하지만, 사이공을 꼭 몇번 더 가고 싶다. 못 본 것이 있어더 더 보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맛있는 음식, 저렴하고 푸근한 느낌, 편안함 이런것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연휴때에 갔기 때문에, 평상시에 다시 한번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다.

추가

함께간 ShakeJ 의 블로그

여기 올라 온 사진들을 Google Photos 에서 보면 편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