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즘

최근에 맥 안에 있는 동영상 파일들을 정리해 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동영상이 있었다. 작년에 사내 테크토크로 발표한 것인데, Rework 란 책을 읽고 사람들에게 소개해 준 영상이었다. 처음에는 뭔가 하고 틀었는데, 1시간 영상을 끝까지 봐 버렸다. 1년반 전에 내가 했던 말인데, 너무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와서 깜짝 놀랬다.
한편으로는, 지금 내 머리속에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 저때 저 책의 영향으로 자리 잡힌 거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 내가 격고 있는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많은 조언을, 저때부터 듣고 있었는데, 왜 생각 못하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꽤 나르시즘적이지만, 1년반전의 내가 설명해 주는 내용을 1년 반 후의 내가 다시 듣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요즘같이 기억력이 광속으로 사라져 가는 때에는, 저렇게 남들에게 하는 설명을 영상으로 기록해 놓는 것이 매우 가치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1년반 전의 내용을 다시 재탕하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지만,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해서 링크를 정리해 본다.
동영상들…

iPad mini 를 위한 쉴드

나름 iPad mini 에 대해서 예측해 보았고, 어떤 것은 음… 역시 예측 대로군 이지만, 어떤 것은 매우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이제 다시 애플의 입장에서 합리화를 해 볼 시점이다. 애플의 시점에서 합리화를 해 보는 것은, 애플빠의 입장에서 단순한 옹호일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시장에서 가장 유효한 상품을 만들어 내는 기업으로 인정한다면 그 인사이트를 해석할 수 있는 한 방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레티나가 아니라고?

iPad mini 는 실망스럽게도 레티나가 아니다. 이것은 거꾸로 해석하자면 애플의 분명한 목표는 “10시간 지속 사용 가능한 300g iPad” 를 만드는 것이라고 해야겠다. 10시간 사용 + 300g + 레티나디스플레이 제품을 현실적 가격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 하기 때문에, 3개중 하나는 버려야 했을 것이고, 애플은 레티나 보다는 10시간과 300g 을 선택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목표는 분명하다. 내년 아니면 내후년 이라도, 10시간 사용 + 300g + 레티나디스플레이는 반드시 나올 것이다. 그다음 가치는 반드시 레티나가 될 테니까.
나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iPad 에서 글을 읽는 것을 너무나도 사랑한다. 이제껏 iPad 없이 어떻게 글을 읽었을까 의문이 들 정도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아무리 미니라도 레티나가 아닌 디스플레이에서 글을 읽으라니 당치도 않는 소리이다. 충격이 크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서 많은 사람들을 보면, iPad 에서 글만 읽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게임을 주로하고, 동영상을 감상하고, 사진을 감상하고, 트위터 페이스북 등 가벼운 SNS 를 한다면, 굳이 레티나가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사실은 이들이 다수의 사용자이고, 위 3가지 요소중 레티나는 그래서 나머지 2개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린거라고 정리가 된다.

과연 잘 팔릴까?

요즘 애플 제품들 특히, iPhone, iPad 가 워낙 대작이라서, 이들과 비교하면 쉽게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타사 제품과 비교하면 비교적 쉬워진다.
첫째, 휴대용 게임기와 비교해 보자. PSP Vita, Nintendo 3DS 등과 비교하자면, 가격 경쟁력이 그렇게 떨어지지 않는다. 1-20만원 더 비싼 가격이지만, 범용적인 활용성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공격적인 가격으로 보인다.
둘째, 킨들, 넥서스7 등과 비교해 보자. 이들이 아무리 가격대비 성능이 뛰어나도 한가지 막히는 것이 있다면 바로 소프트웨어다. 이전에 Mac 이 윈도우 계열보다 아무리 뛰어나다고 주장해도 사람들이 쉽사리 Mac 으로 건너올 수 없었던 이유가 자신이 늘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안드로이드 디바이스가 아무리 탐나더라도 자신이 늘 사용하는 앱이 iOS 디바이스에서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쉽게 넘어가기가 어려워 진다. 마찬기지 이유에서 아직는 안드로이드 계열의 태블릿이 경쟁력이 없다. 폰은 그나마 어느정도 따라왔다면, 태블릿은 그에 비하면 아직 많이 부족하다. 특히 iPad 사용경험이 있는 경우에는 더더욱 어렵다.
iPad mini 를 보면서 처음 느꼈던 감정이, 애플이 아무리 혁신을 잃는다 해도, 아무리 특장점 없는 제품을 만들어 낸다고 해도, 당분간은 경쟁력을 잃지 않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한마디로 “잘” 만든다(well-made?)는 것이다. 제품의 품질과 완성도에서 기본적인 구매욕구에 대한 설득이 끝나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쉬운 점은

이전 애플 제품은 잘 팔릴것 같지는 않지만 고집스러웠다면, 요즘 애플 제품은 그런 면에서 심심하다. 비유하자면, 예전에는 까칠하고 거북스럽지만 매력적인 캐릭터의 사람이라면, 요즘엔 단정하고 부드러운 인상의 영업사원 같은 느낌이다. 어떤 사람들은 스티브잡스 생전에 비해서 더 완벽하지 못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오히려 반대다. 예전엔 더 불완전 하였고, 더 울퉁불퉁 했었다. 20년 이상 애플빠로 살아왔지만, 그런 나같은 팬과도 타협할 수 없는 점들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아니다. 좋은게 좋은거고, 많은 사람들이 원한다면 그것을 해 준다.
그래서 나온것이 iPad mini 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