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기기에 대한 소원 한가지

모바일 디바이스를 사용하다보면 딜레마가 있는데, 바로 보안에 관한 것이다.
iPhone, iPad 를 사용할 때, Lock 을 걸 것인지, 안 걸 것인지 항상 고민이다. Lock 을 사용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내 핸드폰을 언제 잃어버릴지 모르는데, 내 핸드폰 안에는 너무 많은 정보가 있다. 이메일부터 시작해서, 요즘에는 거의 모든 파일이 클라우드에 있는데, 이 클라우드 앱들이 자동로그인으로 들어가 있다. iPad 도 마찬가지다. Lock 을 해 놓지 않고 잃어버린다면 엄청난 재앙이다.
하지만, Lock 을 해놓고 쓰면 너무 귀찮다. 매번 쓸 때마다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어야 하는데, 이게 왠만큼 해도 익숙해 지지 않는다. 더구나 요즘 모바일 디바이스의 사용 행태가, 생각날때마다 꺼내서 쓰고, 다시 집어 넣고를 반복하기 때문에, 꺼낼때마다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는 일은 여간 귀찮은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몇년간 핸드폰을 잃어버린 적이 없는데, 언제가 일어날 그 한번의 사건에 대비해기 위해서, 매일 수백번의 노가다를 한다는 현실이 고달프다.
사실 이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Over-the-shoulder hacking 이라고 하는 주변사람의 눈초리때문이다. 사실 나 스스로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주변사람이 폰을 꺼내고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나도 모르게 눈이 가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비밀번호를 알게 된다. 이거 쪼잔하게 사람들 눈 의식해서 뒤로 숨어서 비밀번호 입력하는 사람 거의 없다. 보안이란것이 주변사람에게는 무력화 되는 순간이다.
그래서, 안드로이드 쪽에서는 애초에 비밀번호 보다는 패턴 입력을 통해서 하는 방법도 있었고, 최근에는 얼굴인식으로 하면 어떨까 하다가, 사진으로 뚫려 버리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그외 멀티패턴과 같은 방법으로 주변사람에게 안들키게 하는 여러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아직 이런 심각성이 공유되지 않아서 인지, 널리 활성화 되지는 않은 듯 싶다.
나는 그것보다는 좀 더 하드웨어 기반의 솔루션이 좋아 보인다. 최근 iPhone 4S 부터는 Bluetooth 4.0 스펙을 지원한다. 여기에는 LE (Low Energy) 기술이 있는데, 말그대로 전기를 적게 먹는다는 말이다. 주응용 분야로 생활형 심박계, 맥박계 같은 의료기기와 스마트폰의 연동을 예를 들었는데, 이것보다는 개인인증용으로 사용하면 어떨까 싶다.
간단히 말해서, 내 스마트폰과 쌍을 이루는 단추만한 장비가 있다. 이 단추는 내 옷(바지 허리고리쯤 좋을 듯 싶다)에 살짝 끼워두는 것이다. LE 기술을 쓰면, 24시간 이상 충분히 버틸 수 있다. 내 스마트폰이 이 단추장비의 1m 이내에 있을 때에는 비밀번호를 물어보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1m 이상 떨어 졌을 때에만 비밀번호를 물어보게 한다. 이 단추장비는 내 몸에 항상 붙어 있기 때문에, 실수로 어디에 두고 올 일도, 누군가 훔쳐갈 일도 없다. 내 등뒤에 딱 붙어서 스마트폰을 몰래 보지 않는 이상, 보안은 충분히 안전할 듯 하다.
사실 이런류의 아이디어는 말로 설명해서 별로 와닿지가 않는다. 그래서 아무리 설득해도 만들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애플이 만들면 모두가 따라서 만들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관심 없을 것이다. 아니면 정말 나만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인가?

대항마들은 왜 레티나를 미리 내지 못했을까?

3월 8일 예상대로 iPad 3 가 발표 되었고, 예상 밖으로 이것은 The New iPad 라 불렸다. “새로운 iPad” 의 특징은 5가지로 정리되는데, 그중 하나만 꼽으라면 당연 레티나 디스플레이이다. 그리고, 이 레티나의 적용은 사실 iPad 2 가 나올때부터 점쳐 오던 것이었다. 더 정확히는 iPhone 4 가 레티나를 적용하면서, iPad 에 적용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궁금한게 있다. 대체 왜 대항마들은 이렇게 오래전(대략 1년반전)부터 예측되어 오던 레티나 태블릿을 왜 먼저 내놓지 못했을까? 먼저 선빵을 날리며 선두마로 나갈 수 있었는데 말이다. 여기에 대해서 나 나름대로의 추측을 해 보자면,

첫째, 애플은 이미 힘으로도 압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잘 알려진 바대로, 애플이 만든다기 보다는, LGD, 삼성, 샤프 이 세회사가 만든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가격은 대략 70불로 추정한다고 한다. 작년 한해만 대략 4천8백만대의 iPad 를 팔았다. 아무리 보수적으로 봐도, 설마 올해 5천만대 못팔까? 애플은 최소 5천만대 이상 판매계획을 세웠을 것이고, 이들 디스플레이 회사에 선주문을 넣었을 것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대략 3조 7천억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세 회사가 균등히 나눠도 1조 이상의 매출이 간다.
하지만, 상황은 어떤가? 대략의 들려지는 바로는, 이제 막 새로운 공정을 세우고, 새롭게 시작하는 단계라 쉽지만은 않다. 올해 5천만대 공급도 버겁다는 이야기가 들려 온다. 이러한데, 애플은 어떻게 했을까. LG 디스플레이에 1조원 선수금 넣어주고 물량 확보 했다는 말도 있다. 그렇다면, 경쟁자들은 이 상황에서 과연 물량 확보가 가능할까? 5천만대는 커녕 1백만도도 자신 없는데, 누가 과연 지를 수 있을까? 그럼 반대로 LGD 는 어떨까? 선수금 꽂아주고, 5천만대 물량확보 해 주는데, 다른데서 1백만대만 빼 달라면 과연 줄 수 있을까? (양산 라인이 안정화 이후라면 모를까)
애플이 최초의 레티나 태블릿을 출시하는 것은 우연이 아닌, 힘에 의한 결과가 아닌가 하는 추측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둘째, 레티나에 맞는 OS 는 누가 만들어 주나?

어찌어찌 해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확보 했다고 치자. 그럼 레티나에 OS(아마도 안드로이드) 최적화는 누가 시켜야 하나? 그보다 먼저, A5X 칩셋 처럼, 4배향상된 GPU 도 받쳐줘야 한다. 이거 어디서 구하나? 그리고 디바이스 드라이버 최적화 부터, 웹 브라우저까지 모두 재정비에 들어가야 한다. 성능적인 문제는 오히려 간단하다. UI 위젯 콤포넌트 부터, 전반적인 모든 앱 라인에 이르기까지, 레티나가 빛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구글이 해줄까? 아니면 디바이스 제작업체마다 해야 할까? 이것 참 애매하다. 그리고 구글이 나선다 해도, 앱개발사들에게 레티나 최적화를 선도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여러모로 난감하다. 아직 태블릿 환경도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레티나 최적화라는 주제는 앞서나가도 너무 앞서 나간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파편화로 어깨가 무거운 개발사들은 어떻게 위로해 줄까?
누군가 제조사 내에서 레티나를 적용하자고 주창했을때, 네가 나서서 해 보라고 하면, 아마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내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을까?

세째, 레티나가 좋다는 것을 입증할 방법이 있었을까?

만약, 그 누군가가, 애플과 같이 디스플레이 업체에 배팅도 하고, 그에 맞는 OS 및 환경 셋업을 위해 천문학 적인 투자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했을때, 그렇다면, 레티나를 촛점으로 마케팅 해서, 팔아 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 전에, 내부적 보고라인 안에서라도 레티나로 인상을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껏 투자한 것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보여 줄 수 있을까?
애플은 레티나를 빛나게 할 PC 급 소프트웨어, iWork, iLife 로 시작해서, 최근 발표한 iBooks 까지, 그리고 결정적 한방. 레티나에 최적화 된 인피니티 블레이드까지 준비할 수 있었다.
내가 만약 대항마의 입장이라면 어떤쪽으로 마음이 기울까? 레티나 디스플레이 생산이 안정화 되고, 물량이 확보되기까지 기다렸을 테고, 구글이 애플의 레티나 iPad 성공에 자극을 받아서 움직여 주기를 기다릴 테고, 그리고 애플의 레티나 iPad 를 보고 아이디어와 힌트를 얻고 비집고 들어갈 곳을 찾고 난 다음, 그리고 움직이지 않을까? 미리 움직여 득을 볼 것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닌가. 매우 당연한 결론에 이르렀지만, 이렇게 곰곰히 생각해 보지 않았을 때에는 매우 궁금한 것이었었다.
또 한가지,
내가 레티나 iPad 에 대해서 매우 흥분을 하고,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라는 평가를 하고 다니니, 가끔 궁금해 하며 묻는 분도 계신다. 단지 해상도 하나 좋아 진 것 뿐인데, 뭘 그리 호들갑을 떠나요? 애플도 속내를 들어내기를 iPad 가 Post-PC 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사람들은 과거 PC 에서 했던 많은 것들을, PC 가 아닌 iPad 에서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있는 중이다. PC 에 익숙하지 않을 수록, PC 비전문가 일수록 이 발견의 속도가 더 빠르고, 더 빨리 적응을 한다. 레티나는 이 Post-PC 시대로 넘어가기 위한 (아마도 내 생각에는) 마지막 장애물을 넘어가게 해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과거를 돌아보면, PC 시대는 사실 애플컴퓨터의 탄생 만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IBM PC 의 탄생도 아니다. 애플컴퓨터는 여전히 컴퓨터 광들의 취미에 불과했다. 아마도 VisiCalc의 등장으로, PC 가 모두에게 유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물론 더 크게는 IBM PC의 LOTUS 1-2-3 일 것이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iPad 가 보여 준 가능성을 조용히 자연스러운 일상의 모습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예를 들어, iBooks 2를 통해서, 전자책으로서 가능성만을 보여주었다면, 레티나로 인해서 자연스럽게 전자책으로 쓰이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여러 기업에서도 iPad 사용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아예 PC 를 사용하지 않고, iPad 만으로 업무가 가능한 직군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이러한 PC 없이 iPad 만 사용하는 것을 놀랍지 않은 일로 만들 것으로 보인다. LOTUS 1-2-3 가 PC 를 보통사람의 집과 사무실 책상위에 두는 것을 놀랍지 않은 일로 만든 것처럼.
나는 거의 1년반을 레티나 iPad 를 기다려 오면서, 꼭 애플이 아니더라도 레티나만 장착해 준다면 누구라도 충성을 맹세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소원을 맨 먼저 들어 준 것이, 애플이라는 점이 참 묘하다. 나는 이 레티나와 함께 애플은 올해도 또한번 도약한다에 배팅을 한번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