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서 소비자 불매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정치적 투표행위로 개개인의 의견이 현실 정치에 반영되는 일이 점점 더 (아니 사실 이전부터 안되어 왔지만 우리는 될 수 있으리라 믿어왔을지도) 가능성이 희박해 진다. 언론은 정부의 통제도 국민의 통제도 받지 않는다. 기업은 소수의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힘이 막강해 졌다. 정치인, 언론인, 기업인 모두 소수의 강자에게 힘이 집중되고 있다. 이 와중에 다수의 국민의 뜻이 반영될 리 없다. 투표를 통해 심판하고 투표로서 발언한다 하지만, 이러한 힘의 불균형 앞에서 형식적 민주주의가 얼마나 맥없이 무너지는가를 지금 계속 지켜보고 있지 않은가.
이제 마지막 남은 소비라는 행동을 의견표현의 수단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정치적 행동이라는 것이 매우 나쁜 것이라 매일 세뇌 받고 있다. 일상 생활에서 정치적이란 단어는 인간관계, 인맥을 통해서 승부를 조작하려는 의도로 해석이 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상대를 정치적이라고 비난을 하는데, 이때의 뜻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대중을 기망하려는 행동을 흔히 일컫는다. 정치인들이 대중을 향해서 정치적 행동을 하지 말라고 교시한다. 정치란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 행동을 뜻하니깐.
내가 가진 상식에 따르면, 정치란 내가 생각하는 정의, 내가 생각하는 합리를 표현하는 방법이다. (정치학 교과서는 전혀 다르게 설명할지도…) 선거를 통해서 지지하는 대리인을 선출하는 방법도 한가지 이고, 직접적인 발언을 통하는 것은 또다른 방법이다. 그리고 경제는 정치와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우리가 말하는 자본주의, 공산주의 모두 경제 체제에 관한 문제가 아닌가. 그렇다면 경제의 가장 기본 행동인 소비가 정치적인 의식과 분리되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오늘 문득 궁금해 졌다. “이념적 소비”란 가능한 것인가? 아니 더 정확히는 우리는 이념적 소비가 허락된 것인가?
Lab80이란 회사가 있는데, 이전에 방문했을 때, 이 회사에서 개발하는 것을 구경할 수 있었다. 우리는 우리의 자금을 펀드를 통해서 재테크를 한다. 펀드에는 다양한 기업에 대한 투자를 묶어 포트폴리오로 구성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 만든 서비스는 내가 원치 않는 회사에 내 자금이 투자되지 않기를 원하기 때문에, 나의 성향을 알려주면 (예를 들어, 동물실험을 반대한다 던지 등등) 그에 알맞는 펀드를 추천해 주는 서비스라고 하였다.
오늘 갑자기 생각이 들었다. 이념적 소비를 위해서 내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내가 행동을 취할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역시 “소비”를 하는 것이다. 그 소비로서 나는 오늘 “ideoconsumer.org”, “ideoconsumer.com” 도메인을 구입했다. 내가 행동이 빠른 사람이라면 당장 이 도메인으로 내가 생각하는 웹사이트를 멋지게 꾸몄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해서, 이 도메인은 언제까지 방치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실 나는 이렇게 사고, 이렇게 묻어둔 도메인이 몇 개 더 있다)
기업이 있고, 상품이 있다. 소비자는 자신이 기업에 바라는 정치,사회,문화적인 “조건”이 있다. 소비자는 자신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기업이 생산하는 상품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다. 한가지 더. 만일 자신이 원하는 상품이 자신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이 생산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 대안이 되는 기업이 생산하는 상품까지 알 수 있으면 더 좋겠다.
이념적 소비자.
소비라는 행동이 기업을 넘어, 언론, 정치에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
(그래야 하는지, 그러면 안되는지는 더 복잡한 문제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내가 미워하는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피할 권리는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