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건 우리끼리 비밀인데, 사장들끼리 만나면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자기 직원에 대한 비난이다.
사장 입장에서는 어디가서 자기 직원 험담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주변 사람 대부분이 피고용인의 신분이기 때문에 공감대를 얻기도 쉽지 않거니와, 리더된 입장에 있는 사람이 자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에 대한 험담이라니 사회적인 비난을 감당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장끼리 만나면 사정은 다르다. 어디가서 하소연 할 때도 없기에, 아주 구구절절히 사연을 쏟아 낸다. 뭔가 답을 찾으려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맺힌것을 풀어내는 수준이다. 사장끼리는 서로 공감하면서 그러면서 그런 이야기로 술자리가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 책은 바로 이 공감을 책으로 펼친 것이다. 사장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식으로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듯 하다. 이 공감을 바탕으로해서 교양적인 이야기로 확장한다. 무슨 말이냐면, 먼저 공감가는 이야기를 던져 놓고, 그 다음 그것을 주제로 하여 고전이나, 해외 사례들을 가져와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그러면 읽는 사장 입장에서는 일단 공감가는 주제이니 눈을 사로잡게 되고, 그 다음 교양에 도움이 되는 고전과 같은 이야기가 나오니 메모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이러한 이야기 구조가 바로 이 책의 Selling Point로 보인다.
즉, 이 책을 읽고 나면, 비슷한 상황에서 인용할 수 있는 사례를 많이 축적하게 되는 것이 장점이다.
단점도 있다. 덫붙여 놓은 이야기가 좀 잘못된 인용이 많아서 그냥 인용했다가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인용하는 사례로 애플과 스티브잡스 이야기가 나온다. 내용이 살짝 어긋난 것도 그렇거니와 깊이 없음에 깜짝 놀랐다. 예를들어 존 스컬리가 스티브잡스를 몰아내고, 다시 길아밀레오가 존 스컬리를 쫒아 내고, 다시 스티브잡스가 길아밀레오를 쫒아냈다는 이야기는 사실관계도 틀리거니와 단순히 그렇게 이야기를 풀 수 없는 것을 가져와서 갖다 붙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다른 이야기도 좀 억지로 끼워 맞춘 것이 아닐까하는 걱정이 들었다.
이 책에 대해서는 사장들의 공감 포인트들을 정리해 놓은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고전은 고전을 잘 쓰는 사람의 이야기를 봐야 하고, 해외 사례도 각각 이야기를 잘 정리해 놓은 것을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가장 공감가는 부분은, 사장학은 결국 인문학인라는 것이다. 여기서는 인문학을 사람의 아픔을 다루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냥 사람에 대한 성찰이라고 해도 충분할 듯 하다. 돈, 숫자, 기술, 트렌드, 그리고 비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사장으로서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이다.
인문학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내가 손바닥만한 조직을 18년간 이끌어 오면서 그 부족으로 인해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지만, 이 책을 붙들고 계속해서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그 부족함에 대한 갈구도 커졌기 때문일 것이다. 아주 긍정적으로 해석하자면, 이제 그릇이 어느정도 만들어 졌으니, 붓기만 하면 되겠다.
사족
이 책은 아주 존경스러운 어른으로 부터 선물을 받았다. 먼저 책 선물이라는 것 자체로 매우 신선하고 감격스러웠고, 그 분에 대한 마음을 생각하여 숙제처럼 빨리 다 읽어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이 책에 대한 부정적 평은 선물 주신 분과는 별개의 이야기다.
나는 꽤 오랜 시간 종이로 된 책을 읽지 않았다. 아이패드를 하루 종일 끼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뭔가 좀 곤조를 부리기 위해서 전자적 형태가 아닌 것은 이제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게 한 4-5년 되었다. 특히나 국내 도서는 eBook으로된 형태로 구할 수 없기에 거의 담을 쌓고 살았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생뚱맞게도, 종이책이 다시 좋아지기 시작했다. 다들 말하듯이 종이책 특유의 질감과 촉감이 좋아졌다. 나는 한때는 종이책을 읽지는 않아도 수집하는 욕구가 대단했었다. 다시 수집욕이 끓어 오르면서 당분간 독서에 대한 욕구도 조금 생기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