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에서 딱 꺼내는 순간 탄식과 함께 드는 생각이 “핫 너무 크다”
크다는 것은 15인치의 광활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두께가 너무 두껍다는 것이다. 2018년을 목전에 둔 지금 이런 두께의 노트북을 보다니. 5년전에 나왔어도 투박하다는 핀잔을 듣기에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을 돌려 15인치 MacBook Pro with Touchbar 2016 년형을 보았다. 늘씬한 옆태가 빛났다. 다시 Surface Book 2를 보니 족히 2배는 되어 보였다.
스펙상으로는, 15인치 MacBook Pro with Touchbar 의 두께는 1.55 cm 그리고 Surface Book 2 의 경우 제일 얇은 부분이 1.5cm 그리고 제일 두꺼운 부분이 2.3cm 이다. 무게는 Surface Book 2 15인치가 1.9kg , 15인치 MacBook Pro with Touchbar 가 1.83kg 이다. 수치상으로는 별로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두개를 나란히 두고 보면, 과연 Surface Book 2이 내 30L 백팩에 들어는 갈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육중해 보인다.
나는 Surface Pro 4 를 매우 좋아 했다. 한때는 OS만 macOS를 설치할 수 있다면, 궁극의 노트북이라는 생각까지도 했었다. 킥스탠드도 정말 편리하고, 가벼운 키보드인데도 키감이 정말 좋았다. 단 하나 아쉬운 것이 있다면 바로 12인치라는 점이었다. 조금만 더 컷으면 하는 기대가 있었다.
그리고 Surface Book 2출시 소개를 보는데, 15인치 옵션을 보고 이거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하던 궁극의 답이 나왔다 라고 생각했다.
이제와서 드는 생각은 차라리 15인치 Surface Pro 5? 가 나왔으면 하는 생각이다. Surface Book 시리즈는 너무 많은 것을 다 가지려는 욕심이 많은 녀석이다. 게이밍용도를 위해서 NVIDIA® GeForce® GTX 1060 GPU를 키보드쪽에 넣었다. 그리고 17시간 비디오 플레이백 스펙을 위해서 배터리도 채워 넣었다. 그렇다. 이건 Surface Pro 시리즈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키보드 쪽에 욕심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
추가로 몇가지
배터리는 예상과 달리 두개가 동시에 사용되었다.
배터리는 화면쪽 뒤에 23Wh 만큼 배터리가 들어 있고, 키보드쪽에 67Wh 들어있다. 합해서 90Wh 이다. 나는 당연히 키보드쪽 배터리를 먼저 소진하고, 다 쓰고 나면 화면쪽 배터리를 쓸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두개가 동시에 떨어지는 것 같았다.
상판 분리는 우아하지 않았다.
Surface Pro 처럼 태블릿으로만 쓸 수 있다는 옵션은 좋다. Surface Pro 같은 덜렁거리는 키보드가 아니라 힌지의 단단한 부분이 바로 고정이 되어 있다. 그리고 버튼를 통해서 자물쇠 같은 것을 풀면 “철컥”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상판이 풀린다. 그때 들어올리면 된다. 이런 기능을 제공하는 게 어디냐라 생각하지만, 매번 애플이라면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거야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펜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애플로 부터 정말 못된 것만 배웠다. 아마 미리 정보를 모르고 박스를 개봉했다면, 펜을 한참동안 찾았을 것이다. 아마 잘못 포장된 것이 왔나 의심했을 수도 있다. 2500불짜리 필기를 강조하는 태블릿 변신 노트북을 팔면서 펜은 기본으로 주지 않는다. 애플 사용자는 오랫동안 익숙한 판매방식이긴 하지만, 이런 것까지 따라하다니 어리둥절 할 뿐이다. Surface Pro 4 때 1024 필압을 감지했던 것에서 더 향상된 4096 필압을 감지하는 새로운 펜을 99불에 별도로 팔고 있다.
우아함은익숙함으로부터
나는 항상 애플의 과감한 결정과 도전을 응원하고 지지해왔다. 하지만 막상 USB Type-A 포트도 없고 SD카드도 없어진 맥북을 쓰고 있자면 깝깝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번에 이 블로그를 쓰기 위해서 사진을 찍고 Surface Book 2의 SD카드 슬롯에 카드를 넣고 Lightroom을 통해서 이미지를 import 하는데 이 과정이 너무 우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MacBook Pro 에서 주렁주렁 케이블과 어댑터를 찾아서 붙였던 것을 생각하면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위해서 포기한 것이 너무 많았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