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삼성 흑백 레이저 프린터를 썼는데, 급지 부분에 문제가 있었다. 종이를 한번에 여러장 넣어두고 프린트 할 수가 없고, 출력할 때, 한장씩 손으로 급지해 줘야만 했다. 나는 이 녀석이 곧 망가질 거라고 생각했고, 수명을 다하면 (아님 적어도 토너라도 다되면) 새로운 프린터를 장만 할려고 했다. 근데, 몇 년이 지나도 그 상태 그대로 유지했다. (물론 하루에 출력을 몇 장 하지 않으니깐)
그래서, 그냥 멀쩡한 놈을 놔두고 새로운 놈을 들이기로 했다.
선택의 기준은 첫째, 컬러 레이저 프린터 일 것. 둘째, Apple AirPrint 를 지원할 것. 세째, 가격이 저렴할 것. 더해서 유지 보수도 저렴하게 재생 토너를 팔고 있는 기종일 것.
첫째 잉크젯이 아닌 레이저를 원한 이유는, 출력한 문서에 대해서 형광펜을 사용하기 위해서이다. 출력의 대부분은 문서에 대해서 리뷰를 하거나 (LED광원으로 부터 눈을 좀 쉬게 하기 위해) 종이로 읽고 싶기 때문인데, 잉크젯의 경우에는 형광펜을 사용하면 번지기 때문에 맞지 않다. 그리고, 아무리 잉크젯의 출력 품질이 좋아도 저렴한 레이저 품질을 못따른다. 다른 회사나 기관에 제출 해야 할 계약서, 제안서, 보고서 같은 문서를 출력할 때에는 아무래도 잉크젯으로 하면 많이 없어 보인다. 잉크젯이 레이저보다 좋은 것은 사진출력전용지에 사진을 출력할 때만인 것 같다.
둘째, AirPrint.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안되는 것보다는 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셋째, 가격. 레이저 프린터의 경우 가격이 올라가면 출력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루에 출력해야 하는 양이 많은 경우 비싼 것을 들여야 업무 효율이 높아지겠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하루에 몇장 출력하지 않기 때문에 속도는 무관하다. 몇 년 쓰고 가벼운 마음으로 버릴 수 있는 것으로 골랐다.
그래서 낙점 된 것이다. 바로 Canon ImageClass LBP 611 Cnz. 가격은 대략 19만원대에 구매를 했다. 유지비로 말하자면, 정품 토너를 쓴다면 4색 세트가 대략 28만원, 4색 세트 대용량이 39만원이다. 프린터 가격 2배에 육박한다. 하지만, 재생토너를 사용하면 12만원대에 대용량 세트 구입이 가능하다.
양면인쇄가 안되고, A3 지원이 안되는 점은 아쉽지만, 양면인쇄를 원하면 15만원 정도 추가 금액이 필요하고, A3를 원하면 가격은 몇 배로 올라가기 때문에, 가볍게 포기할 수 있었다.
엄청나게 복잡한 모델명을 가졌는데, 마지막 C는 아마도 Color 로 추정되고, n 은 network (무선 아닌 유선) 로 예상되고, z 는 무얼 말하는지 잘 모르겠다.
마음에 드는 점은 네트워크로 연결해서 쓰는 프린터이다보니깐, 연결성이 매우 좋다. Mac / Windows PC / Linux 안가리고 모두 문제 없이 출력이 가능했다. 별다는 설치 절차도 거의 없이, 모두가 자동으로 프린터를 검출해서 설정이 가능했다. AirPrint 를 지원하니깐, iOS 에서도 간단히 출력이 가능했다. 안드로이드에서도 기본 인쇄 서비스를 통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연결해서 출력이 가능했다. 오래된 프린터를 사용하면 제일 깝깝한 부분이 바로 이런 연결성 문제인데, 아무래도 2017년에 출시된 모델이다 보니, 기기와 연결은 완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조금 놀랐던 점은 등치가 꽤 크다는 것이다. 가격이 다소 저렴하다 보니, 아담한 크기가 아닐까 미뤄 짐작했는데, 19만원이라는 가격에 어울리지 않게 정말 한 등치 한다. 스탠레스로 된 태블릿/헤드폰 거치대도 3-4만원 하는 마당에 이 복잡한 기계가 이 가격이라니 놀랍기도 하다. 하지만, 안그래도 비좁은 책상위에서 상당한 자리를 차지하니 많이 부담스럽긴 하다.
하드디스크도 점점 SSD로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 프린터는 마지막 남은 기계적 장치인 것 같다. 기계적 장치다 보니 고장이 오동작(잼) 같은 불편함도 있지만, MP3 파일보다는 턴테이블로 음악을 듣는 것 같은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있기도 하다.
부담없는 가격이다 보니, 부담없이 맘껏 쓰고, 2-3년만 버텨 준다면, 부담 없이 보낼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