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인배군의 올린 트윗문구중에서 인용한 한마디가 찡하게 남았다.
“You are what you eat”
갑자기 든 생각이, 내가 만약 죽고 나면 나란 사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많은 철학적 답변을 뒤로 하고 가장 명쾌한 답변이 바로 위 경구 인 것 같다. 제사상에도 조상님이 가장 좋아했던 음식을 올려서, 기억하는 것과도 같이, 내가 좋아하는 음식, 내가 좋아하는 식당으로 나를 설명하는 것이 가장 정통에 가까운 방법인 것 같다.
그래서 갑자기 나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단서인 나의 맛집 리스트를 정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리하고 나니, 남들에게 어께에 힘주어 가며 보여줄만한 그런 리스트가 못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게 바로 내 모습인데..
나의 맛집 목록
구글 아저씨, 스토리가 없어요
구글 I/O 가 얼마전에 끝났다. 다들 이번만큼 흥미로운 발표는 없었다고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공감을 가질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애플과 비교될 수 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뼈속까지 애플빠이기도 하지만, 애플이 매번 나를 흥분시키는 그 뻔한 수작, 그 뻔함이 구글의 것에서는 없었다.
그게 무엇이냐면,
애플의 제품 발표는 늘 똑같은 포맷을 가진다. 특히 애플 제품 발표때마다 5분짜리 짤막한 비디오가 나오는데, 나는 이 비디오를 매우 좋아한다. 아니 볼 때마다 마치 파블로브의 개처럼 묘한 감동에 빠진다. 이 비디오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 조나단 아이브 : 우리는 기존 제품에서 한계를 발견했다. 이것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니, 근본적으로 새롭게 처음부터 시작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 밥 맨스필드 (이젠 떠났지만) : 완전히 새로운 하드웨어가 필요했다. 이전과는 다른 근본적인 새로움 ( 유니바디 시리즈, 레티나 시리즈 등) 을 시도하였다. 또한 업계를 앞서는 시도 (플래시 메모리, 매립형 배터리 등) 로 혁신 하였다.
- 조나단 아이브 : 과거로 부터의 단절 ( 커버 글래스의 제거를 통한 선명함을 높이고, 더욱 실감나는 영상 ) 새로운 시도 ( 비대칭 팬을 통한 저소음 ) 이런것은 애플만이 가능한 것 아이디어다.
- 필 쉴러 : 제품 사양이 얼마나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지. 제품의 구성이 얼마나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들인지.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시장에 적기에 내놓은 것임을 강조한다.
- 스캇 포스톨(iOS) 혹은 크렉 페데리기 (OS X) :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로 완성된다. 이러한 새로운 하드웨어의 신기능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 소프트웨어 세트를 완전히 새로 구성했다. 모든 애플 소프트웨어가 이러한 새로운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재작성 되었다.
- 조나단 아이브 : 혁신이란 ….
이런 식이다. 어떠한 제품을 발표하더라도, 거의 동일한 패턴이다. 등장 인물은 바뀌더라도 이 포맷은 계속 유지해 왔다. 스티브 잡스 생전부터, 본인은 등장하지 않고 이 비디오를 연출해 온 듯 하다. 이것은 마치 헐리우드 히어로 무비 영화 패턴과 똑같다. 각 배역에게 캐릭터를 주고, 그 캐릭터에 맞는 초능력을 선사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 스토리는 늘 뻔하다. 어떠한 악당이 나와도 이 캐력터가 초능력을 발휘해서 적을 물리친다는 것이다. 우리는 늘 반복되는 이 패턴에 즐거워하고 재미있어 한다.
애플 제품 발표도 마찬가지다. 문제 상황이 주어지고, 이것을 혁신하라는 지령이 떨어진다. 각 능력자들은 자신의 능력을 동원하여 이 문제를 풀어냈다. 각자의 방식으로. 그들의 협공은 늘 언제나 성공적이다. 마치 픽사의 인크레더블 가족을 보는 것 같다. 늘 감동적일 수 밖에 없다.
이번 구글 발표에서는 구글 글래스를 끼고 공중에서 뛰어 내렸다. 그 장면을 실시간 중계하는가 하면, 스카이다이버가 발표회 장으로 뛰어 들어왔다. 사람들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고, IT 제품 발표회 장인지, 유니버셜 스튜디오인지, 미래로 초대된 것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 였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보고 있으면서 – 유튜브로 현장감 없이 봐서 인지 몰라도 – 저거 어디다 쓰는 물건일까?, 나는 과연 필요할까? 아니 공짜로 줘도 쓰고 다닐까? 쓰고 다닌다면 무엇을 위해서? 의문에 의문만 계속 들었다. 현란한 쇼는 잠시 이지만, 이런 의문에 대한 공감대를 주지는 않았다.
마치 재미없는 헐리우드 영화의 판박이 처럼, 엄청난 화력과 엄청난 규모의 전투씬. 화려한 CG. 하지만, 도대채 저들은 왜 싸우는지 공감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 구글은 역시 대단한 회사야. 첨단 기술을 이끄는 것은 구글이었어. 이런 말 밖에는 해줄게 없었다. 나와 구글 사이에는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이, 그냥 구글만의 쇼라는 느낌만 들었다.
왜 글래스를 하게 되었고, 구글이 글래스에 대해서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고, 이것을 통해서 얼마나 유용하고 가치있는 것을 발견했는지 그런 공감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보이지 않았다. 단지 내 아이의 두손을 잡아주면서 비디오를 찍고 싶었다는 것 말고는 말이다.
물론 나는 구글이 하는 글래스 프로젝트를 매우 높게 평가한다. 아직은 그 유용함을 설득해 주지는 못했지만, 오랜기간 동안 컴퓨터과학 연구실에서 잠자고 있는 웨어러블컴퓨팅을 소비자제품으로 이끌어내는 역사적인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으로 만들어서 보급하고, 사람들이 쓰다보면 그 가치를 언젠가는 발견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구글은 정말 힘든 일을 해내고 있는 것은 정말 장한 일이다. 무인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다. 장하고 대단하지만, 스토리가 없고, 재미가 없다.
모바일 기기에 대한 소원 한가지
모바일 디바이스를 사용하다보면 딜레마가 있는데, 바로 보안에 관한 것이다.
iPhone, iPad 를 사용할 때, Lock 을 걸 것인지, 안 걸 것인지 항상 고민이다. Lock 을 사용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내 핸드폰을 언제 잃어버릴지 모르는데, 내 핸드폰 안에는 너무 많은 정보가 있다. 이메일부터 시작해서, 요즘에는 거의 모든 파일이 클라우드에 있는데, 이 클라우드 앱들이 자동로그인으로 들어가 있다. iPad 도 마찬가지다. Lock 을 해 놓지 않고 잃어버린다면 엄청난 재앙이다.
하지만, Lock 을 해놓고 쓰면 너무 귀찮다. 매번 쓸 때마다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어야 하는데, 이게 왠만큼 해도 익숙해 지지 않는다. 더구나 요즘 모바일 디바이스의 사용 행태가, 생각날때마다 꺼내서 쓰고, 다시 집어 넣고를 반복하기 때문에, 꺼낼때마다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는 일은 여간 귀찮은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몇년간 핸드폰을 잃어버린 적이 없는데, 언제가 일어날 그 한번의 사건에 대비해기 위해서, 매일 수백번의 노가다를 한다는 현실이 고달프다.
사실 이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Over-the-shoulder hacking 이라고 하는 주변사람의 눈초리때문이다. 사실 나 스스로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주변사람이 폰을 꺼내고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나도 모르게 눈이 가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비밀번호를 알게 된다. 이거 쪼잔하게 사람들 눈 의식해서 뒤로 숨어서 비밀번호 입력하는 사람 거의 없다. 보안이란것이 주변사람에게는 무력화 되는 순간이다.
그래서, 안드로이드 쪽에서는 애초에 비밀번호 보다는 패턴 입력을 통해서 하는 방법도 있었고, 최근에는 얼굴인식으로 하면 어떨까 하다가, 사진으로 뚫려 버리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그외 멀티패턴과 같은 방법으로 주변사람에게 안들키게 하는 여러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아직 이런 심각성이 공유되지 않아서 인지, 널리 활성화 되지는 않은 듯 싶다.
나는 그것보다는 좀 더 하드웨어 기반의 솔루션이 좋아 보인다. 최근 iPhone 4S 부터는 Bluetooth 4.0 스펙을 지원한다. 여기에는 LE (Low Energy) 기술이 있는데, 말그대로 전기를 적게 먹는다는 말이다. 주응용 분야로 생활형 심박계, 맥박계 같은 의료기기와 스마트폰의 연동을 예를 들었는데, 이것보다는 개인인증용으로 사용하면 어떨까 싶다.
간단히 말해서, 내 스마트폰과 쌍을 이루는 단추만한 장비가 있다. 이 단추는 내 옷(바지 허리고리쯤 좋을 듯 싶다)에 살짝 끼워두는 것이다. LE 기술을 쓰면, 24시간 이상 충분히 버틸 수 있다. 내 스마트폰이 이 단추장비의 1m 이내에 있을 때에는 비밀번호를 물어보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1m 이상 떨어 졌을 때에만 비밀번호를 물어보게 한다. 이 단추장비는 내 몸에 항상 붙어 있기 때문에, 실수로 어디에 두고 올 일도, 누군가 훔쳐갈 일도 없다. 내 등뒤에 딱 붙어서 스마트폰을 몰래 보지 않는 이상, 보안은 충분히 안전할 듯 하다.
사실 이런류의 아이디어는 말로 설명해서 별로 와닿지가 않는다. 그래서 아무리 설득해도 만들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애플이 만들면 모두가 따라서 만들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관심 없을 것이다. 아니면 정말 나만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인가?
대항마들은 왜 레티나를 미리 내지 못했을까?
3월 8일 예상대로 iPad 3 가 발표 되었고, 예상 밖으로 이것은 The New iPad 라 불렸다. “새로운 iPad” 의 특징은 5가지로 정리되는데, 그중 하나만 꼽으라면 당연 레티나 디스플레이이다. 그리고, 이 레티나의 적용은 사실 iPad 2 가 나올때부터 점쳐 오던 것이었다. 더 정확히는 iPhone 4 가 레티나를 적용하면서, iPad 에 적용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궁금한게 있다. 대체 왜 대항마들은 이렇게 오래전(대략 1년반전)부터 예측되어 오던 레티나 태블릿을 왜 먼저 내놓지 못했을까? 먼저 선빵을 날리며 선두마로 나갈 수 있었는데 말이다. 여기에 대해서 나 나름대로의 추측을 해 보자면,
첫째, 애플은 이미 힘으로도 압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잘 알려진 바대로, 애플이 만든다기 보다는, LGD, 삼성, 샤프 이 세회사가 만든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가격은 대략 70불로 추정한다고 한다. 작년 한해만 대략 4천8백만대의 iPad 를 팔았다. 아무리 보수적으로 봐도, 설마 올해 5천만대 못팔까? 애플은 최소 5천만대 이상 판매계획을 세웠을 것이고, 이들 디스플레이 회사에 선주문을 넣었을 것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대략 3조 7천억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세 회사가 균등히 나눠도 1조 이상의 매출이 간다.
하지만, 상황은 어떤가? 대략의 들려지는 바로는, 이제 막 새로운 공정을 세우고, 새롭게 시작하는 단계라 쉽지만은 않다. 올해 5천만대 공급도 버겁다는 이야기가 들려 온다. 이러한데, 애플은 어떻게 했을까. LG 디스플레이에 1조원 선수금 넣어주고 물량 확보 했다는 말도 있다. 그렇다면, 경쟁자들은 이 상황에서 과연 물량 확보가 가능할까? 5천만대는 커녕 1백만도도 자신 없는데, 누가 과연 지를 수 있을까? 그럼 반대로 LGD 는 어떨까? 선수금 꽂아주고, 5천만대 물량확보 해 주는데, 다른데서 1백만대만 빼 달라면 과연 줄 수 있을까? (양산 라인이 안정화 이후라면 모를까)
애플이 최초의 레티나 태블릿을 출시하는 것은 우연이 아닌, 힘에 의한 결과가 아닌가 하는 추측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둘째, 레티나에 맞는 OS 는 누가 만들어 주나?
어찌어찌 해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확보 했다고 치자. 그럼 레티나에 OS(아마도 안드로이드) 최적화는 누가 시켜야 하나? 그보다 먼저, A5X 칩셋 처럼, 4배향상된 GPU 도 받쳐줘야 한다. 이거 어디서 구하나? 그리고 디바이스 드라이버 최적화 부터, 웹 브라우저까지 모두 재정비에 들어가야 한다. 성능적인 문제는 오히려 간단하다. UI 위젯 콤포넌트 부터, 전반적인 모든 앱 라인에 이르기까지, 레티나가 빛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구글이 해줄까? 아니면 디바이스 제작업체마다 해야 할까? 이것 참 애매하다. 그리고 구글이 나선다 해도, 앱개발사들에게 레티나 최적화를 선도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여러모로 난감하다. 아직 태블릿 환경도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레티나 최적화라는 주제는 앞서나가도 너무 앞서 나간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파편화로 어깨가 무거운 개발사들은 어떻게 위로해 줄까?
누군가 제조사 내에서 레티나를 적용하자고 주창했을때, 네가 나서서 해 보라고 하면, 아마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내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을까?
세째, 레티나가 좋다는 것을 입증할 방법이 있었을까?
만약, 그 누군가가, 애플과 같이 디스플레이 업체에 배팅도 하고, 그에 맞는 OS 및 환경 셋업을 위해 천문학 적인 투자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했을때, 그렇다면, 레티나를 촛점으로 마케팅 해서, 팔아 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 전에, 내부적 보고라인 안에서라도 레티나로 인상을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껏 투자한 것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보여 줄 수 있을까?
애플은 레티나를 빛나게 할 PC 급 소프트웨어, iWork, iLife 로 시작해서, 최근 발표한 iBooks 까지, 그리고 결정적 한방. 레티나에 최적화 된 인피니티 블레이드까지 준비할 수 있었다.
내가 만약 대항마의 입장이라면 어떤쪽으로 마음이 기울까? 레티나 디스플레이 생산이 안정화 되고, 물량이 확보되기까지 기다렸을 테고, 구글이 애플의 레티나 iPad 성공에 자극을 받아서 움직여 주기를 기다릴 테고, 그리고 애플의 레티나 iPad 를 보고 아이디어와 힌트를 얻고 비집고 들어갈 곳을 찾고 난 다음, 그리고 움직이지 않을까? 미리 움직여 득을 볼 것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닌가. 매우 당연한 결론에 이르렀지만, 이렇게 곰곰히 생각해 보지 않았을 때에는 매우 궁금한 것이었었다.
또 한가지,
내가 레티나 iPad 에 대해서 매우 흥분을 하고,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라는 평가를 하고 다니니, 가끔 궁금해 하며 묻는 분도 계신다. 단지 해상도 하나 좋아 진 것 뿐인데, 뭘 그리 호들갑을 떠나요? 애플도 속내를 들어내기를 iPad 가 Post-PC 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사람들은 과거 PC 에서 했던 많은 것들을, PC 가 아닌 iPad 에서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있는 중이다. PC 에 익숙하지 않을 수록, PC 비전문가 일수록 이 발견의 속도가 더 빠르고, 더 빨리 적응을 한다. 레티나는 이 Post-PC 시대로 넘어가기 위한 (아마도 내 생각에는) 마지막 장애물을 넘어가게 해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과거를 돌아보면, PC 시대는 사실 애플컴퓨터의 탄생 만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IBM PC 의 탄생도 아니다. 애플컴퓨터는 여전히 컴퓨터 광들의 취미에 불과했다. 아마도 VisiCalc의 등장으로, PC 가 모두에게 유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물론 더 크게는 IBM PC의 LOTUS 1-2-3 일 것이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iPad 가 보여 준 가능성을 조용히 자연스러운 일상의 모습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예를 들어, iBooks 2를 통해서, 전자책으로서 가능성만을 보여주었다면, 레티나로 인해서 자연스럽게 전자책으로 쓰이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여러 기업에서도 iPad 사용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아예 PC 를 사용하지 않고, iPad 만으로 업무가 가능한 직군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이러한 PC 없이 iPad 만 사용하는 것을 놀랍지 않은 일로 만들 것으로 보인다. LOTUS 1-2-3 가 PC 를 보통사람의 집과 사무실 책상위에 두는 것을 놀랍지 않은 일로 만든 것처럼.
나는 거의 1년반을 레티나 iPad 를 기다려 오면서, 꼭 애플이 아니더라도 레티나만 장착해 준다면 누구라도 충성을 맹세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소원을 맨 먼저 들어 준 것이, 애플이라는 점이 참 묘하다. 나는 이 레티나와 함께 애플은 올해도 또한번 도약한다에 배팅을 한번 걸어본다.
Xcode Tip #5 – Static Analyzer 입문
Xcode Tip #4 – Code Snippet Library
Xcode Tip #3 – Debug Variables 창에서 Summary Format 활용하기
Xcode Tip #2 – Edit All in Scope
Xcode Tip #1 – 풀스크린에서 디버그시 탭을 활용하기
아이디어 부족
회사를 운영한다고 하면, 곧잘 묻는다. “당신의 비젼은 무엇입니까?” 회사가 작은 규모일수록 이 질문은 “당신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무엇입니까?”와 동의어가 되어 버린다. 사실 이런 질문에는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한다.
가족, 친지, 친구들을 만나면, 곧 잘 이야기가 나온다. “나한테 좋은 (앱, 예전엔 웹) 아이디어가 있는데…” 그리고 쌍팔년도 아이디어를 듣다 행여 부정적 의견이라도 살짝 드러내면, 당장 나는 식견 없는 사람으로 비난 받는다.
학교, 연구소, 기업에 계신 분을 만나면 늘 묻는다. “뭐 쌈빡한 아이디어 없나?” 예전에는 애플 이야기를 하면, 항상 새롭고 신선하긴 하지만 별로 와 닿지는 않는다고 하였지만, 요즘은 진부하고 당연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네 들이 아직 잘 모르는, 미국의 신규 스타트업 이야기를 하면, 다시금 그때의 애플 취급을 한다.
요즘은 아이디어라고 하면 마치 헐리우드 영화의 하일라이트 장면처럼 턱이 쭉 빠지게 하는 그런 것을 뜻하는 것 같기도 하다. 흔히 말해서 애플이 애들 다 버려놨다는 뜻이다. 이런 것이 불편했지, 이런 식으로도 되었으면 좋겠지… 이런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다. 우와 멋져 보여. 우와 최첨단인데. 이런걸 느끼게 해 줘야 아이디어라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도 대게 그렇지만, 나도 식당에 가면 늘 이런 소리를 한다. “아! 내가 하면 정말 잘할텐데” 정말 내가 이 가게를 대박 가게로 만들 수 있는 대박 아이디어가 넘쳐 흐른다.
나는 스포츠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피치 못할 경우, 축구 같은 것을 사람들과 같이 볼 때가 있다. 그럴때면 항상 누군가는, 선수가 헛발질 할 때마다, “아후, 내가 눈감고 해도 저것보단 잘하겠다” 이런식의 탄식을 한다.
식당에서의 좋은 사용자 경험(UX)란 무엇일까? 좋은 맛은 기본이고, 깨끗한 청결, 우아한 인테리어,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예상보다 저렴한 가격 이 모든 것이 어우려져야 식당을 기분 좋게 나올 수 있다. 그리고, 다음에 이 식당을 또 찾으려면, 식사후 나오는 독특하고 상큼한 디져트 서비스! 이런것이 기억에 남게 하는 포인트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제대로 된 재료비 지출하려면, 인건비도 맞출 수 없는 구조이고, 인건비도 안나오는데, 인테리어는 생각도 할 수 없다.
축구선수는 또 어떨까? 골문 앞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내리는 선수의 판단력이 쇼파에 앉아 맥주 치킨을 먹으며, 입체적으로 중계하는 TV를 보면서 내리는 판단과 같을 수 있을까? 아마도 선수는 답답한 호흡과 기진맥진해 가는 다리의 근육, 그리고 혼미한 정신상태에서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듯 축구 선수의 기막힌 찬스는 최악의 조건에서 마지막 한 스텝으로 결정 나는 것이다.
그렇다 체력이다. 아이디어가 문제가 아니다.
실리콘 밸리의 조언자는 항상 충고한다. “아이디어는 값싼 것이다” 아이디어를 지나치게 부정하지 않았나 하는 반발이 들기도 하지만, 아이디어(요즘 흔히들 말하는 그 아이디어)란 좋은 식당에서 맛 좋은 음식을 친절한 서비스와 우아한 분위기 속에서 즐기고 난 뒤 마지막에 나오는 독특하고 상큼한 디저트 같은 것이다. 중요는 하지만, 본체를 대신 할 수 있는 것이고, 실패한 본체를 살려줄 힘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애플의 WWDC(World Wide Developer Conference) 에 참석했을때, 애플이 개발자들에게 자신의 성공 비법을 공개했었다. 항상 시작은 “문제의 인식”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할 가장 단순하고 우아한 해법을 찾고, 그것이 만족으러울때까지 반복한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Wow Effect”, 우리말로 하면 “우와 효과”를 더한다고 한다. 그것이 애플의 비법이다. (물론 애플은 Wow Effect 를 넣는 것이 좋다고 해 준 조언이다.) 오랫동안 애플의 비법을 봐왔고, 그리고 그것을 잘 배우고, 잘 수행한 많은 사례를 봐왔다. 우리끼리는 그런 사례를 “애플 스럽다”라고 말한다. 이 삼단계를 정확히 밟은 것이다. 하지만, 이 삼단계를 거치지 않고, Wow Effect 에 매몰된 경우를 많이 목격한다. 나는 이런 경우 성미급한 “대항마스럽다”라고 말한다.
영화도 아무리 최첨단 기술을 다 쏟아 부어도, 결국 망할땐 그 이유를 “스토리 부족”으로 든다.
“본질”을 이야기하면, 마치 현실세계에서 한발 벗어난 형이상학적인 것을 추구하는 철없는 철학자 대우를 받지만, 언제나 성공한 것에는 “본질”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는 것을 늘 확인한다. 또 하나, 애플의 수사법 중에 좋아하는 표현이 있다. “우리는 이것에 대해서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본질에 관한 애플의 진지한 자세를 엿볼 수 있고, 그들의 설명은 그것을 충분히 공감하게 만든다.
본질에 관한 진지한 생각. 그것을 풀어낼 때까지 반복할 수 있는 끈기 있는 체력. 그리고 마지막에 살짝 더해주는 위트있는 아이디어. 항상 무엇을 하든 이 순서를 생각한다. 쉽지는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