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나는 우버가 한참 한국에서 위세를 떨칠 2014년경에 관련한 사업을 위하여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법인택시 사업자 조합장과도 인터뷰를 여러차례하였고, 법인 택시 대표 여러분과도 이야기도 나누었다. 개인택시 기사분 개개인께 인터뷰를 요청하고 이야기를 들었고, 이들의 도움으로 개인택시조합장과도 어렵사리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 때, 택시 사업에 대한 깊은 이해가 생겼고, 그를 바탕으로 이쪽 사업은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기로 하였다. 요즘 카카오 카풀 서비스와 함께 다시 택시 업계가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 기회에 내가 이해했던 내용을 한번 정리해 볼까 한다.
개인 택시의 현황 및 이해
자세한 자료는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다.
2018년 6월 기준, 전국에는 대략 16만4천대의 개인 택시가 운행중에 있다. 전체 25만2천대중에 16만4천대 이니깐 약 65%이다. 그렇다 개인택시가 더 많다. 나는 처음에 약간 의아했다. 개인택시가 더 많았나?
개인택시 기사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법인택시 회사에서 3년간 무사고 운행을 해야 한다. (이 장치는 과거에 개인택시 자격증이라는 미끼로 법인택시 회사를 우회지원하는 방법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모두 면허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체 개인택시 면허의 갯수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면허의 빈 자리가 생기지 않으면 계속 대기해야 한다. 물론 음성적으로 거래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1억원을 상회 한다고)
개인 택시 기사들은 얼마나 벌까? 매월 최소 150만원 정도에서 최대 300만원 정도 벌 수 있다고 한다. 평균 200만원 안팍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300만원까지 벌려면 하루 12시간 이상의 고강도 노동을 해야 한다고 한다. 최소시급에 겨우 미칠 정도라 그렇게 고수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몇가지 장점도 있다. 자신이 원할때까지 계속 할 수 있는 짤리지 않는 직업이라는 점과, 고령의 나이에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점이다. 대부분 50-60대가 주 연령대(카카오 모빌리티 리포트 2017 참조)로, 고령자 빈곤문제를 고려했을 때, 상대적으로 안정적 수입을 가지는 안정 계층으로 볼 수 있다. 실제 개인 택시 기사를 인터뷰 해 보면, 마치 고령자를 위한 공무원같은 직장으로 인식하는 것 같았다.
법인 택시의 현황 및 이해
2018년 6월 기준, 전국에는 약 1683개의 택시 회사와 8만여대의 법인 택시가 있다.
법인 택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택시 회사와 택시 기사의 고민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고 그것은 택시의 수익 구조와 연결되어 있다.
법인택시 기사는 회사로부터 택시를 받아서 운행을 한다. 하루 운행하면 가스충전을 위한 주유권을 지급 받고, 운행을 마치면1 4만5천원의 사납금을 납입하고 나머지는 본인의 수익으로 한다. 물론 이것이 기본 구조이긴 하지만, 법적으로는 이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택시기사는 형식적으로는 기본급+상여급으로 지급받기는 하지만 계산은 위 구조를 그대로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법인 택시 회사는 기본적으로 택시 매출에는 관심이 전혀 없다. 택시가 하루에 손님이 얼만큼 타고 얼만큼 벌었는지 상관이 없는 구조다. 그럼 택시 회사는 무엇에 관심이 있을까? 바로 택시 기사를 수급하는 일이다. 만일 내가 택시 100대를 가지고 있는 택시 회사라면, 택시 한대당 기사가 1명 있다면 하루 14만5천원 * 100 만큼의 매출이 있지만, 택시 한대당 2명의 기사가 있다면 매출은 2배로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국에 택시는 8만대, 택시기사는 10만명이 있다. 즉 택시 한대당 기사가 약 1.2명이라는 뜻이다. 거의 대부분의 택시가 기사 한명이 전적으로 운행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2006년 자료와 비교하면 1.7명(서울시 기준)에서 1.2명으로 엄청나게 줄었고, 통계에 없는 2,30년전으로 돌아가면 택시 한대에 2교대는 기본이었고, 대부분 법인택시 대표는 그 시절이 가장 호시절이었다고 말한다.
법인 택시 기사의 이해
과거에는 법인 택시 기사는 개인 택시 면허라는 꿈과 희망이 있었다. 지금은? 가장 열악한 직군일 뿐이다. 언제라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택시 기사의 평균 근속연수는 2.8년에 불과하다. 법인택시 기사라는 것 자체가 강도 높은 노동에 낮은 임금이 지급되고 그나마 보장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 구조에서는 택시 기사 수급이 점점 더 어려워 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인 택시 회사 입장에서는 정해진 요금에 정해진 서비스에서 새로운 수익은 있을 수 없고, 그나마 택시기사가 점점 더 줄어들어 전체 매출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에, 기사에 대한 처우가 좋을 수 없고 그래서 기사가 더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야간에는 왜 택시가 부족할까?
여기서 잠깐 토픽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할까 한다.
카카오 모빌리티 브런치 페이지에 관련한 주제가 나온다. (머피의 법칙이 아닌 수요와 공급의 법칙)
개인 택시 기사는 대부분 야간에 운행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고령자 들이기 때문에 야간운행을 하는데 문제가 있다. 또한 기본적으로 정상시간에 운행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수입에 만족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야간 운행까지 강행할 이유가없다. 기사가 특별히 야행성이라면 모를까(고령자를 고려해 봤을 때 새벽형은 있어도 야행성은 드물것이다) 무리해서 운행할 개인택시 운행자는 없다고 봐야 한다.
그나마 남은 35%의 법인 택시가 대부분 야간에 운행을 한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1인 1차량 소유자이기 때문에, 정상시간에 주로 운행을 하고 야간시간에는 무리해서 마지막 매출을 채우기 위해서 하는 경우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번에 장거리 운행해서 매출을 채우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승차거부가 빈번한 이유이다.
그나마 2부제로 운행되는 일부 차량이 가장 야간 운행에 적극적일 것이다. 우리가 야간에 아무 무리 없이 택시를 승차할 수 있었다면, 그 차량은아마도 2부제 차량이었을 것이다.
(카카오 모빌리티 리포트 2017에 보면 법인택시와 개인택시별 야간 근무 패턴이 자세히 나온다)
모든 차량이 이렇듯 정상시간 운행만 하고 있기 때문에, 야간에 택시가 부족한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택시 대수를 늘릴 수도 없고 늘린다 하여도 야간 택시 대수가 늘어날리 없는 구조이다.
정부(시당국 교통과)의 입장
기본적으로 정부는 택시비를 규제하고 있다. 전체 물가를 잡기 위해 큰 비중의 하나인 교통비를 억제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모든 것이 출발하여, 개인 택시와 법인 택시의 공급에 관한 모든 것을 관치로 운영하고 있다.
관치라고 하면 어느 정도 관치냐 하면, 택시 승객 좌석에 홍보 스티커 하나 법인 택시 회사 마음대로 붙이지 못한다. 당연한 이야기로 택시 안에서 그 어떠한 부가 서비스 개발도 불가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작게는 미터기, 콜호출 단말기, 네비게이션 단말기, 카드 결제 단말기, 카드결제 통신비 등 모든 이권에 다 관여가 되어 “절대갑”으로 행세하고 있다. (이들 사업에 대한 보조금도 시에서 집행하고 있다) 지방 중소도시에 가면, 서울 택시에서 못보던 차량 외부/내부 광고 디스플레이를 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시당국 교통과의 장난질이라고 보면 된다. (장난질이란 비리를 저질렀다는 뜻이 아니다. 적어도 해당 관련 업체의 밥줄을 교통과 담당자가 쥐락펴락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카카오카풀, 더 나아가 우버를 왜 반대할까?
개인 택시 기사의 입장은 가장 쉽다. 자신의 면허는 1억원의 가치를 가진다. 같은 말로, 매달 자신이 안정적으로 200만원 이상의 노동 수입을 가져올 수 있는 자리를 안정적으로 제공해 준다. 카풀, 우버 서비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리금을 무효화 시키고, 안정적 일자리를 분쇄 시킨다. 당연히 반대의 입장이다.
여기서 잠깐 개인택시조합에 대해서 언급해야겠다. 나는 지역개인택시 조합장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 위세가 정말 대단했다. 서울시에만 5만명의 개인택시 면허가 있고, 그들의 조합이다 보니 정치적인 힘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조합장의 이력을 보면, 정치적 목적으로 개인택시 면허를 취득하고 조합장이 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많이 들게 된다.) 그러니, 이러한 정치적 목적과 정치적인 힘을 가진 개인택시 조합의 입김에 정부가 영향을 안받을 수가 없다.
정부, 시당국 교통과는 왜 반대할까? 정부는 지금까지 이 택시 업계를 운영해온 사실상 운영의 주체라고 봐야 한다. 택시 요금부터 택시 내외관에 붙일 수 있는 스티커의 종류와 위치까지 일일히 다 지정해 주었다. 개인택시, 법인택시 기사부터 법인택시 회사, 그리고 관련 생태계 업계의 모든 인허가권과 각종 보조금 집행을 통해서 그들의 생존권의 중심에 있었다. 좋게 보자면 한 산업의 생태계를 엄중한 심정으로 지켜왔다고 볼 수 있지만, 어찌 되었것 절대권력의 위치에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결론은 그들의 울타리 밖에, 관리되지 않는 존재란 제거되어야 할 대상이라고 인식할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법인 택시회사의 입장은 어떨까?
현재 법인 택시 대부분은 가업을 물러받은 2세에 의해 경영된다. 이들의 위기 관리능력은 어떠할까? 또한 현재 택시의 평균 근속연수가 고작 2.8년에 불과하다. 법인 택시 한대당 현재 고용된 기사는 1.2명이다. 하루 영업후 14만5천원의 사납금을 채워야 이후 벌어들인 돈이 기사에게 돌아간다. 그나마 회사에서 나오는 급유비는 사납금만큼만 하면 딱 떨어지게 되어 있다. 사납금 이후 운행은 본인 비용으로 급유비를 충당해야 하는 구조다.
카카오 카풀, 혹은 우버가 생겼다. 적어도 개인택시와 비슷한 조건으로 근무할 수 있다. 젊은 택시 기사는 즉각적으로 옮겨갈 것이다. 나이 드신 택시 기사도 이 상황을 이해하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법인 택시는 택시 기사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것이다. (위에서도 수차례 언급했지만, 법인 택시 회사는 택시 매출에는 관심이 없다. 택시 기사 수급에만 관심이 있다)
법인택시 대표는 대부분 창업자부터 2세까지, 정부시책에 순응하며 지금까지 말 잘듣고 따라왔다. 정부에서 하지 마라는 것 안하고, 정부에서 새로운 사업을 벌리면서, 신규 장비 부착하라고 하면 적자에 허덕여도 그걸 감내해 왔다. 먹고는 살게 해 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무한 경쟁 하라고? 법인택시 입장에서는 받아 들일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관치경제를 기본 골격으로 한다. 법을 통해서 기업을 보호해 주고, 기업은 경쟁 없이 수익을 창출한다. 이렇게보호 받은 기업은 또한 정부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따른다. 이러한 아름다운 구조에 누군가가 끼어든 것이다. 정부도 경쟁 업체도 달갑지 않다.
카풀/우버의 우려사항?
카풀이나 우버를 우려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기사를 믿을 수 없고, 사고등 관련해서 대책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법인 택시의 기사도 그다지 철저히 관리 되는 것도 아니다. 중대 범죄 사실만 없으면 된다고 하는데, 한명의 택시기사 수급이 아쉬운 법인 택시 입장에서 이것 저것 따질 상황이 아니다.
또한, 현재대리 운전 기사가 전국에 15만명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카풀이나 우버 기사는 믿을수 없다는 말은 조금 어불성설이다.
결어
사실 이 주제는 매우 조심스럽다.
지나친 벤처 업계의 혁신만 강조하다 보면, 최저 임금으로 허덕이는 택시 노동 종사의 현실을 외면하게 된다. 반대로 업계의 현실을 이해하고 그 말을 듣다 보면, 어느덧 실제 소비자가 수십년간 감내해 온 고통은 까맣게 잊게 된다. 지나친 관치에 반대하다 보면, 거꾸로 지나친 민간 자율의 덫에 빠지게 된다.
어느 한쪽의 입장편에서만 말하다 보면 궤변이 되기 쉽다. 누군가는 1억원에 택시 면허를 정부가 사들이자고 하고, 누군가는 카풀 서비스를 옛 불법나라시 서비스를 그럴듯하게 포장만 한 사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멀리 보고 이야기 하자면, 짧게는 10년 내에, 아무리 길어도 20년 이내에는 인간 운전 기사는 사라진다. 아무리 길어도 20년도 못 갈 문제라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이 문제를 대하는 태도이다.
한때, 제주도에서 택시는 제주 관광의 꽃이였다. 신혼 여행객을 위하여 관광가이드 역할도 하고, 사진 기사 역할도 하였다. 하지만, 렌터카와 네비게이션라는 혁신은 택시 관광 산업을 하루 아침에 멸종시켜 버렸다. 이 결과로 지나친 렌터카 경쟁과 복잡해진 교통과 사고 문제등도 생겼지만, 반대로 제주시에서 성산시까지 택시비로 5만원 하던 것을 렌터카로 손쉽게 돌아다실 수 있게 되다 보니, 모두가 다 아다시피 제주도는 구석 구석 특색있는 카페와 관광지가 개발 되었다. 이 모든 것은 정부가 일일히 간섭하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다.
정부는 변화가 가능하도록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변화에는 아픔도 수반하고 문제도 수반한다. 정부는 변화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묵묵히 신경쓰고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