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노점마다 똑같은 음식 기계가 놓여 있는 풍자 만화. 양옆 상인들이 찍어낸 회색 덩어리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고 쌓여 가는데, 가운데 셰프만 같은 기계로 제대로 된 요리를 만들어 긴 줄이 늘어서 있다

2025년 6월에 시작한 리눅스 배포판 하나가 오늘 기준 GitHub 별 41,590개를 받았다. Omarchy 다. Arch 와 Hyprland 를 DHH 취향대로 묶어 놓은 것에서 출발해서, 지금은 Omacom 재단이 생겼고 1Password 와 37signals 가 각각 30만 달러, 토비 뤼트케·패트릭 콜리슨·마이클 델·잭 도시를 포함한 열두 명이 1,200만 달러, DigitalOcean 이 3년간 300만 달러를 약속했다. 데스크톱 리눅스판에서 이 속도로 이 정도 판이 벌어진 적이 최근에 있었나 싶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의 최신 릴리스에 대해 DHH 가 한 말이 더 흥미롭다.

”Quattro 코드는 한 줄도 손으로 안 짰다”#

Lex Fridman 팟캐스트 #501 에서 DHH 는 8월에 나온 Omarchy 4 “Quattro” 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I have not written any of the code that’s shipped in Quattro by hand.

에이전트 가속도가 시작하자마자 거의 100%에 가까워졌고, 최근 두 달은 100% 였다고. 25년간 루비를 손으로 깎아 온 사람이 하는 말이다. 다만 그 뒤에 붙는 말이 중요하다.

I’ve reviewed the shape of all of it. I’ve reviewed the individual lines of anything that’s critical in the model layer of the system.

전체의 형태는 전부 봤고, 시스템의 모델 레이어에서 결정적인 부분은 한 줄 한 줄 봤다. UI 코드와 부수 코드는 안 봤다고 솔직하게 덧붙인다. 코드를 안 쓴 것이지 판단을 안 한 게 아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질문이 있다. 그 도구는 나에게도, 오늘 처음 터미널을 연 사람에게도 똑같이 열려 있다. Claude Code 도 Codex 도 같은 값에 같은 모델을 쓴다. 그러면 왜 세상은 매일같이 놀라운 앱과 서비스로 뒤덮이지 않는가?

만들기는 쉬워졌는데, 좋은 건 안 늘었다#

숫자가 꽤 잔인하다.

뉴욕타임스가 센서타워 데이터로 집계한 바로는 2026년 상반기에만 App Store 에 56만 개의 새 앱이 올라왔다. 작년 한 해 동안 나온 것과 거의 같은 양을 반년 만에 채웠다는 뜻이다. 최근 5년을 Appfigures 집계로 늘어놓으면 이렇게 된다.

연도App Store 신규 출시 앱
202243만 4천
202342만 4천 (2012년 이후 최저)
202444만 8천
202555만 7천 (+24%)
2026 상반기56만 (반년 만에 작년 한 해치)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동안은 오히려 줄거나 제자리였다. 꺾인 게 2025년이고, 2026년은 아예 다른 곡선이다. 이 속도면 연간 100만 개를 넘겨서 2016년 이후 최대치가 된다. 집계 기관마다 수치는 조금씩 다르지만 (센서타워는 2025년을 약 60만 개로 본다) 방향은 같다. Appfigures 는 2025년 반등의 원인을 대놓고 이렇게 적었다. “LLM 과 Cursor·Replit 같은 도구가 진입 장벽을 낮춰서, 비개발자 창업자도 며칠 만에 작동하는 앱까지 바이브 코딩으로 갈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반대편 숫자다. 같은 기간 App Store 다운로드는 2025년 354억 회로 3%, 2026년 상반기 176억 회로 2% 늘었다. 공급은 두 배가 되는데 수요는 2% 움직인다. Forbes 는 이 홍수의 비용을 결국 멀쩡한 개발자들이 치르고 있다고 썼다. 앱이 두 배로 늘어도 사람의 하루는 24시간이고, 홈 화면은 그대로다.

메리엄웹스터는 2025년 올해의 단어로 slop 을 골랐다. “인공지능으로, 보통 대량으로 생산된 저품질 디지털 콘텐츠.” 호주 매쿼리 사전도 같은 해에 같은 단어를 골랐다. 두 사전이 같은 걸 봤다는 뜻이다.

음악 쪽은 더 선명하다. Deezer 발표를 보면 2026년 7월 기준 하루 업로드 신곡의 50% 이상이 AI 생성곡이다. 하루 9만 곡. 그런데 이 곡들이 차지하는 실제 재생 비중은 전체의 3% 남짓이고, 그나마 그 재생의 85%는 봇을 동원한 사기로 판정돼 정산에서 제외됐다. 사람이 실제로 듣는 몫은 거의 0에 수렴한다.

만드는 능력은 모두에게 배포됐는데, 결과물의 가치는 배포되지 않았다. 아무리 생성기가 좋아져도 악상이 없고 그 악상을 끝까지 끌고 갈 힘이 없으면, 나오는 건 한낱 BGM 을 넘지 못한다.

에이전트는 한 사람당 한 대씩 생겼는데, 그래서 뭐가 줄었나#

앱과 음악은 남의 이야기라고 치자. 우리 손에 직접 들어온 것도 있다. OpenClaw 와 Hermes 다.

2025년 11월에 공개된 OpenClaw 는 오늘 기준 별 389,931개다. 2026년 4월에 React 를 제치고 GitHub 역사상 가장 많은 별을 받은 저장소가 됐다. Nous Research 의 Hermes Agent 도 246,312개다. 개인이 자기 에이전트를 하나씩 갖는 시대가 왔다는 말은, 적어도 숫자로는 사실이다.

그러면 질문. 그래서 기업은 몇 명을 줄였나? 개인은 얼마나 더 많은 일을 하게 됐나?

Challenger 집계로는 2026년 4월 미국 감원 발표 중 21,490건이 AI 를 이유로 들었다. 그 달 전체의 26%, 두 달 연속 1위 사유다. 회사는 AI 때문에 사람을 줄인다고 말한다. 그런데 MIT 가 300개 도입 사례를 훑은 GenAI Divide 보고서에서는 95%의 파일럿이 손익에 잡히는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둘 다 사실일 수 있다. AI 는 꽤 훌륭한 감원 사유이기도 하니까.

개인 쪽은 각자 돌아보면 된다. 나도 그렇고 주변도 그렇다. 매일 아침 나만을 위한 뉴스레터를 만드는 것까지는 했다. 할 일을 요약해서 그럴싸한 대시보드로 띄우는 것까지도 했다. 그런데 “내가 하루에 쓰는 시간의 몇 퍼센트를 실제로 줄였다” 를 숫자로 보여주는 사례는 좀처럼 못 봤다. METR 이 2025년에 숙련 개발자 16명으로 돌린 무작위 대조 실험에서는 AI 를 쓴 쪽이 오히려 19% 느렸는데, 정작 본인들은 20% 빨라졌다고 느꼈다. 체감과 실측의 간극이 그만큼이다. (METR 은 2026년 초 후속 실험에서 속도 향상의 징후를 봤지만, 참가자 선택 편향 때문에 해석이 어렵다며 설계를 다시 짰다. 아직 답이 안 나왔다는 뜻이다.)

이게 데모와 제품의 차이다. 데모는 아이디어를 보여준다. 30분이면 만든다. 제품은 그 아이디어가 내 하루의 어느 조각을 실제로 가져가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어려운 건 만드는 쪽이 아니라 증명하는 쪽이다.

물론 누군가는 조만간 이 답을 가져올 것이다. 개인 에이전트가 진짜로 하루의 30%를 대신 처리하는 형태를 찾아내는 사람이 나온다. 다만 그건 터미널을 연 모두에게 자동으로 주어지는 답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별 38만 개짜리 도구를 똑같이 깔아 놓은 수십만 명 중 대부분이 아직 못 찾았다는 게 그 증거다.

아이디어가 90%라는 병#

1995년, 애플에서 쫓겨나 NeXT 에 있던 스티브 잡스가 로버트 크링글리와 한 인터뷰에 이런 대목이 있다. 나중에 The Lost Interview 로 공개된 그 인터뷰다. (짧은 영상 클립)

내가 떠난 뒤 애플을 정말로 망가뜨린 것 중 하나는 존 스컬리가 아주 심각한 병에 걸렸다는 것이다. 그 병은 — 다른 사람들이 걸리는 것도 봤는데 — 정말 훌륭한 아이디어가 일의 90%라고 생각하는 병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문장이 핵심이다.

훌륭한 아이디어와 훌륭한 제품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장인 정신(craftsmanship)이 있다.

아이디어는 만들어 가는 동안 변하고 자란다. 시작한 모양 그대로 나오는 법이 없다. 디테일에 들어가면서 훨씬 많은 걸 배우게 되기 때문이다. 잡스는 제품을 디자인한다는 건 “5,000가지를 머릿속에 담고 그것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맞춰 넣는 일” 이라고 했다. DHH 의 회사 블로그 Signal v. Noise 에도 이 인용이 그대로 올라와 있다.

31년 전 이야기인데, 에이전트가 코드를 다 짜 주는 2026년에 오히려 더 잘 맞는다. 아이디어에서 제품까지의 거리는 줄어든 게 아니라, 그 거리만 남았다.

그 거리를 건너는 일의 이름이 장인정신이다. 장인정신이라고 하면 대패를 든 손부터 떠오르는데, 여기서는 그런 뜻이 아니다. 같은 화면을 스무 번 다시 그리는 것. 잘 돌아가는 기능을 “이건 아니다” 하고 지우는 것.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2초를 줄이려고 하루를 쓰는 것. 남이 보면 낭비인 그 반복을 끝까지 견디는 태도가 장인정신이고, 제품을 만드는 건 결국 그것이다. 코드를 손으로 썼는지 아닌지는 여기서 아무 상관이 없다.

이제 병목은 취향이다#

같은 팟캐스트에서 DHH 는 왜 큰 회사들이 AI 를 쥐고도 놀라운 걸 못 내놓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They’re bottlenecked on ideas. They’re bottlenecked on vision. They’re bottlenecked on taste.

구현 능력이 병목이었던 시절은 끝났고, 이제 병목은 무엇을 왜 만들지 아는 쪽으로 옮겨 갔다는 말이다. 그가 취향(taste)을 설명하는 방식도 재미있다. “차등 평가. 세 개를 주면 내가 하나를 고른다.” 왜 좋은지 논리로 설명하기 전에 이미 아는 그 감각, 그걸 수만 번 반복해서 방향을 잡는 게 에이전트 시대의 기술이라는 것이다.

이게 Omarchy 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코드는 에이전트가 썼다. 하지만 어떤 데스크톱이 좋은 데스크톱인지, 터미널이 어떤 색이어야 하는지, 에이전트를 “가끔 실행하는 프로그램” 이 아니라 “시스템의 시민” 으로 대우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 키 바인딩 하나, 상태 바 한 칸, 크래시 핸들러 하나로 그걸 구현하기로 결정한 건 사람이다. 15개월 동안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그 판단을 내린 사람이 있었다. 재단으로 들어온 1,500만 달러는 그 판단의 합에 붙은 값이지 토큰에 붙은 값이 아니다.

그래서 나에게 하고 싶은 말#

정리하면 이렇다.

AI 슬롭은 쉽다. 가치 있는 제품은 여전히 어렵다. 상반기 56만 개의 앱과 다운로드 2% 증가 사이의 간극이 그 난이도다. 도구가 평평해졌다고 결과가 평평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격차가 벌어졌다. 만드는 비용이 0에 가까워질수록, 무엇을 만들지 아는 능력과 그것을 끝까지 깎아 내는 집요함의 값이 올라간다.

그 간극을 건너는 방법은 31년 전과 같다. 장인정신이다. 도구만 바뀌었을 뿐 할 일은 바뀌지 않았다. 사람들이 실제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집요하게 보고, 만들어 놓은 것을 다시 깎고, 아닌 것을 버리는 일. 에이전트는 이 일을 대신해 주지 않는다. 더 빨리 반복하게 해 줄 뿐이다.

그래서 장인정신의 값은 떨어진 게 아니라 올라갔다. 예전에는 하루에 한 번 깎을 수 있었고 지금은 열 번 깎을 수 있다면, 열 번 깎는 사람과 한 번 만들고 마는 사람의 거리도 열 배로 벌어진다. 슬롭이 쏟아지는 이유와 진짜 제품이 드문 이유는 같은 사실의 앞뒷면이다.

그러니 이건 절망이 아니라 그 반대다. 뒤집으면 이렇게 된다.

진짜 가치를 발견했다면, 그것을 제품으로 만드는 일을 주저하지 마라. 아무나 만들 수 있는 세상이라 내가 만들 이유가 없는 게 아니다. 아무나 만들 수 있어도 대부분은 슬롭에서 끝나기 때문에, 진짜 가치를 붙잡고 그것을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다면 그건 여전히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아이디어가 90%라는 병에만 걸리지 않으면 된다. 아이디어는 시작이고, 그다음의 각고가 제품이다.

요즘 mintOps 라는 것을 만들고 있다. iPhone·iPad·macOS 에서 쓰는 SSH 터미널인데, 여러 서버를 오가며 코딩 에이전트를 붙잡고 일하는 걸 목적으로 잡았다. 에이전트의 워크스페이스·탭·페인을 텍스트가 아니라 네이티브 UI 로 보여주고, 공인 IP 도 VPN 도 없는 서버에는 tailcat 터널로 붙는다. 당연히 대부분 Agentic Coding 으로 만든다. 코드를 손으로 짜는 시간은 이제 거의 없다. 대신 DHH 가 한 것과 비슷하게, 전체의 형태는 내가 보고 결정적인 부분은 직접 읽는다. 무엇을 넣고 무엇을 끝내 넣지 않을지, 이 화면이 왜 마음에 안 드는지, 어디서 멈출지는 에이전트가 정해 주지 않는다. 남는 건 내 취향이고, 남는 게 그것뿐이라는 게 오히려 요점이다.

그런데도 만드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었다. 결국 나는 토큰과 이 제품을 맞바꾸고 있는 것 아닌가. 누가 나와 똑같이 하면 똑같은 걸 만들 수 있을 텐데, 이게 제품으로서 가치가 있나. 당장 팔 생각으로 만드는 건 아니다. 일단 무료로 배포할 생각이고, 나중에 추가 기능에 유료 옵션이 붙을 수는 있어도 제품 자체는 무료로 갈 생각이다. 많은 사람에게 가치 있다고 인정받는 게 먼저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작업이 의미가 있나 하는 고민은 매일 했다.

이 글을 쓰면서 정리된 생각은 이렇다. Omarchy 를 만든 건 토큰이 아니다. DHH 의 취향의 합, 의사결정의 합, 고민의 합이다. 같은 모델에 같은 돈을 쓴 사람은 수십만 명이었는데 그중 하나만 별 4만 개를 받았다. 그렇다면 내가 매일 내리는 작은 결정들의 합도, 그게 진짜 가치를 향하고 있는 한 무의미하지 않다. 적어도 그 합은 나 말고 아무도 못 쌓는다.

에이전트는 각고의 구현 부분을 대신해 줄 뿐이다. 무엇을 향해 깎을지, 어디서 멈출지, 이 정도면 사람들이 쓰겠다고 언제 말할지는 여전히 사람 몫이다. 장인정신이 제품을 만든다는 말은 손으로 만들라는 뜻이 아니었다. 끝까지 책임지고 깎으라는 뜻이었다. 그건 지금도 유효하다.